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급격히 불어난 가운데 과도한 미국 주식 투자 쏠림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증시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과거 10년만큼의 성장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남기(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부사장)는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10년 동안 독주해 온 미국 증시가 앞으로도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자산 분산을 위해 미국 외 유럽·중국·인도 증시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 세계 증시 전체에 투자하는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뱅가드 토탈월드스탁(VT)’ ETF와 동일 지수를 추종하며 해당 지수에는 1만 개가 넘는 전 세계 우량 기업들이 편입돼 있다. 김 대표는 “국내외 금융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난도가 높아진 상황 속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며 “'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ETF의 본질에 충실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올 들어 분산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미국 증시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규모는 170%까지 상승했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경우 GDP 대비 증시 규모가 평균 60%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김 대표는 고평가 위험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증시가 휘청일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들의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 내 미국 비중은 2019년 말 47.0%에서 올 3월 기준 90.4%까지 치솟았다. 투자 잔액 상위 50개 종목 중 미국 상장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6.5%로 2019년 말(57.0%) 대비 4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타 국가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시기는 다수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미국 증시는 주요국 증시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우려와 달러 가치 하락이 맞물리며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올해 수익률은 1%를 넘지 못한 상태다. 반면 VT ETF의 올해 수익률은 5.18%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독일 대표 지수인 DAX와 홍콩 대표 지수인 항셍 지수가 올 들어 20% 가까이 상승하는 등 미국 외 주요국 증시가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김 대표는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 ETF가 특히 연금 투자 상품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장기 수익률은 우상향하면서도 변동성은 대표 연금 투자 상품인 미국 S&P500 ETF보다 낮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 대표는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 ETF는 특정 종목이나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자본주의 성장에 베팅하는 상품”이라며 “최소한 지금처럼 전 세계 각국의 화폐가 늘어나면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증시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TIGER 토탈월드스탁액티브 ETF는 매 분기 리밸런싱(재조정)을 거치며 국가·종목별 투자 비중이 달라진다. 현재는 미국 테크 비중이 높지만 성과에 따라 중국의 테크, 유럽의 방산, 인도의 소비재 업종 등 종목 편입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ETF 운용은 AI금융공학운용부문 글로벌인덱스운용본부가 맡는다. 해외 자산 운용에 특화된 인력들이 즐비한 미래에셋자산운용 내에서도 글로벌인덱스운용본부는 지난 2006년부터 18년 넘게 글로벌 인덱스 펀드 운용을 도맡아 온 부서로 이미 운용 역량은 검증됐다는 설명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