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등장은 건전 재정, 작은 정부를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고 강조해왔다. 자금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해야 경제 전반의 활력이 높아진다는 뜻으로 재정지출과 민간 소비, 기업 투자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인 ‘JM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은 확대 재정이다. 이 대통령은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재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JM노믹스 체제에서는 현재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예산 편성 권한의 상당 부분이 민관 합동으로 운영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30조~35조 원으로 예상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은 물론 △인공지능(AI) 민간투자 100조 원 조성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 △5극 3특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 설계 역시 TF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건전 재정과의 결별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초기부터 재정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총지출 증가율 억제와 재정수지 적자 축소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중기재정운용계획상 내년 본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돌파할 예정인 가운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JM노믹스 체제에서는 연 3.6% 수준이던 본예산 증가율이 두 자릿수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역화폐 같은 예산은 일종의 진통제로 볼 수 있다”며 “건설 경기 침체가 내수 부진의 핵심인 만큼 지방 교통 인프라 확충에 재정을 집중하고 신산업은 연도별 로드맵을 갖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JM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은 내수 회복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민생 경제를 살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해왔다. 내수 진작은 고물가와 경기둔화로 위축된 가계의 지갑을 여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푸는 재정이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교통비 절감과 같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다양한 정책들이 향후 경제정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무제한 대중교통 환승을 보장하는 ‘국민패스’와 통신비 절감 대책 등을 내놓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취약계층인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금융 상품과 농어촌 지역에 대한 기본소득 프로그램 도입도 추진된다.
마지막 세 번째 화살은 공정시장 확립과 이를 통한 주가 상승 및 간접 소비 여력 확대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에 대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말 그대로 한 번만이라도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등 중대한 불공정 행위가 적발되면 관련자들을 시장에서 퇴출하거나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주주 충실 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활성화를 담은 상법 개정, 쪼개기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다. 공정 질서를 확립해 주가를 부양하고 이를 통해 가계자산 회복과 소비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경제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 아베노믹스도 단기 부양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결국 구조 개혁과 생산성 향상 등에는 실패해 미완의 대책이 됐다”며 “JM노믹스 또한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력한 재정지출이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경우 JM노믹스가 날개를 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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