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이 무차별 정지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이용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인스타그램 일시제한 영구정지 비활성화 피해자모임’에는 국내 이용자 1000여 명이 모여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180일 이내 재고 요청을 하지 않으면 계정이 삭제된다”는 인스타그램 측 안내에 따라 이의를 제기했지만 대부분이 영구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지 사유는 △아동 성착취·학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무결성 정책 위반 등으로 안내되지만, 사용자들은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를 올린 적이 없는데 계정이 사라졌다”고 반발한다. 한 이용자는 “스토리에 투표 인증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정지됐다”며 “살색이 많아 성적 콘텐츠로 오인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메타의 인공지능(AI) 콘텐츠 심사 알고리즘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메타가 인스타그램·페이스북·왓츠앱 등 주요 서비스의 제품 위험성 평가 절차를 최대 90%까지 AI로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 이용자는 “단지 앱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라 삶의 일부가 날아간 느낌”이라며 수년간의 사진과 기록이 담긴 계정이 예고 없이 삭제됐다며 분노했다. 사진 작가나 커머스 종사자 등 생업과 연결된 계정을 잃은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인스타그램에 국한되지 않는다. 페이스북, 스레드 등 연동된 메타 계정은 물론 동일 IP 기기에서 로그인한 계정들까지 함께 정지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일부 이용자는 전화번호나 IP에 대한 사용 제한 조치로 새 계정 생성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도 발생 중이다. 레딧 등의 해외 커뮤니티에도 “이달 들어 유사한 이유로 계정이 정지됐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 이용자들은 집단 청원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에도 인스타그램은 아이 얼굴이 담긴 프로필 사진이나 ‘baby’, ‘kids’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계정을 무작위로 차단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메타 측은 “현재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