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출이 사상 처음 월 4조원을 돌파했다. 저출생·고령화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면서 매달 급여로 지출되는 돈도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 달간 수급자들에게 지급된 연금 총액은 4조238억원이었다. 이는 전월보다 775억원 증가한 수치로, 월 급여 지출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지급액은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급여 지출은 갈수록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2년 11조5508억원이었던 연간 지출은 2018년 20조원을 넘겼고, 2022년에는 34조201억원, 지난해는 43조7048억원까지 늘어났다. 1988년 제도 도입 후 10조원 돌파까지는 24년이 걸렸는데, 20조원까진 그로부터 6년, 30조원까진 4년, 40조원까진 2년이 걸렸고, 1년 만에 50조원 돌파를 앞둔 것이다.
반면 저출생 여파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계속 감소 추세다. 2022년 22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2238만 명, 2024년 2198만 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16만7000여 명이 더 감소했다.
아직은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액보다는 많지만,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급여 지출액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중기재정전망(2024∼2028) 보고서에서 올해 연금 급여 지출이 51조9564억원을 기록한 후 2026년 59조5712억원, 2027년 67억6071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연금 보험료 수입은 올해 62조221억원, 2026년 63조2083억원, 2027년 64조3535억원으로 완만하게 늘면서 2027년엔 급여액이 보험료 수입보다 3조원 이상 많을 것으로 관측됐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보험료율이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오르면 보험료 수입이 작년 전망 때보다 늘겠지만, 급여 지출도 빠르게 늘기 때문에 향후 지출이 수입을 역전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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