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만성질환인 당뇨병을 앓는 환자가 정신질환도 있는 경우 자살 위험이 최대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당뇨병 환자가 정신질환을 동반할 경우 자살 위험에 최대 3.2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백한상 의정부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20세 이상 성인 2형당뇨병 환자 87만여명을 12년간 추적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인 1형 당뇨병 환자를 중심으로 만성질환과 자살 간 관계를 연구한 사례는 많지만 일반적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례적이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난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당뇨병 환자 87만 5671명을 2021년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가 조현병을 함께 앓고 있을 경우 자살 위험이 3.24배 높았다.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과잉에 따른 뇌 질환으로, 망상과 환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등의 사회 인지기능 저하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당뇨 환자가 동반하는 정신질환에 따른 자살 위험은 양극성 장애 2.47배, 우울증 2.08배, 불면증 2.03배, 불안장애 1.63배 높았다. 이 기간 자살로 사망한 당뇨병 환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남성, 저소득, 흡연자, 과도한 음주자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정신건강이 당뇨 환자의 생존율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이들 정신질환 동반군에서는 모든 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 또한 유의하게 높아, 정신건강이 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당뇨병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8위의 질환이다. 혈액 속 포도당(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1형·2형 등으로 나뉜다. 한국인 당뇨병은 대부분 2형이다. 내장지방이 축적되면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2형당뇨병도 늘고 있다.
연구팀은 인슐린 저항성이 뇌의 포도당 대사 변화와 신경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정신질환이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켜 2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상호 작용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봤다. 다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백 교수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우울, 불면, 불안 등 정신질환이 유발되기 쉬우며 반대로 정신질환이 조절되지 않으면 자기관리나 약물 순응도가 떨어져 다시 혈당 조절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당뇨병 치료에 있어 정신건강에 대한 선제적 개입과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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