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조달·시공(EPC)을 넘어 에너지테크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삼성E&A가 개최한 포럼에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석해 친환경 기술과 혁신을 논의했다. 남궁홍 삼성E&A 대표는 “시장을 선도할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가 탄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E&A는 이달 20일 서울 상일동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에서 글로벌 테크포럼을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열린 첫 포럼보다 규모가 두 배 커진 이번 행사에는 글로벌 파트너사와 국내외 협력사 등 140여 개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라는 주제로 미래 에너지 기술과 혁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 미국 대표 정유사 엑손모빌,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 등 글로벌 발주처는 물론 하니웰유오피(미 석유·가스 기술 전문 기업), 넬(노르웨이 수소 전문 기업), 카본클린(영국 탄소포집 솔루션 전문 기업) 등 에너지 기술 기업 관계자들이 나와 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아니루다 샤르마 카본클린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사이클론CC 기술을 소개했다. 샤르마 CEO는 “사이클론CC는 기존 탄소포집 시스템에 비해 시설 완공 기간을 90%(2만 시간) 줄이고 시설에 들어가는 철강 등 재료도 7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E&A가 3월 476억 원을 투자해 지분 9.1%를 인수한 넬은 그린수소 생산 솔루션 ‘컴퍼스H2’를 선보였다. 컴퍼스H2는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건설의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EPC 및 품질 보증까지 모든 단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솔루션이다. 하콘 볼달 넬 CEO는 “삼성E&A의 EPC 수행 경험과 넬의 수전해 기술을 결합해 종합 솔루션을 만들었다”며 “기존 수소 생산 시설보다 면적을 20% 줄였고 수소 생산 비용도 낮췄다”고 했다.
남궁 대표는 “탄소포집, 그린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에너지 전환 솔루션뿐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EPC 수행 혁신까지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졌다”며 “기술과 기술, 기업과 기업의 연결이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E&A는 ‘천천히 멀리’ ‘빨리 멀리’ 두 가지 트랙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EPC 사업은 디지털전환(DT), 자동화,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의 수행 체계를 단단히 해 ‘천천히 멀리’ 가고, 신규 사업은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빨리 멀리’ 가겠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 부문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삼성E&A로 사명을 변경한 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에서 1조 4000억 원 규모의 바이오정유 플랜트를 수주하면서 SAF EPC 시장에 첫 진출을 이뤘다. 4월에는 아랍에미리트 바이오 기업 에미레이트 바이오테크와 ‘팔콘 생분해성 플라스틱 프로젝트’ EPC 사전업무 계약을 맺으며 중동 지역 최초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에 참여하게 됐다.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특화돼 있던 사업 모델을 친환경 및 미래 에너지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단계다.
삼성E&A는 플랜트 건설사에서 테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23년 캐나다 탄소 포집 전문 기업 스반테와 아시아·중동 지역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분야 협업 양해각서(MOU)를 시작으로 카본클린·아람코·엑손모빌 등과 탄소포집, 수소·암모니아,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E&A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수소·탄소포집·이퓨얼 등 핵심 밸류체인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 한다”며 “사업화 추진 속도를 높여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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