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9일 만에 지명한 이번 정부 1기 장관 후보자 12명의 면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전문가, 기업 글로벌 전략 책임자 등 시장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업인들이 대거 내각에 진출했다. 우리 경제가 극심한 산업 재편 속에서 역동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들 기업 출신 장관 후보자들이 경제 회복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기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가 대표적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LG유플러스·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 등을 역임하고 초대 LG AI연구원장을 맡아 LG의 AI 연구개발을 이끌어왔다. 2021년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발표한 후 2022년 엑사원 3대 플랫폼을 연이어 선보인 국내 AI 개발의 선두 연구자이자 기업인 가운데 한 명이다. 한때 신설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 하마평에 오를 만큼 이재명 정부의 AI거버넌스 적임자로 자타공인 인정받은 인사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 등으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AI 3대 강국 달성을 위해 어렵게 모신 전문가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한성숙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 역시 네이버 서비스본부 총괄 부사장에 이어 대표이사를 지낸 대표적인 여성 정보기술(IT) 전문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지내는 등 업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네이버가 국내 1위 인터넷 포털 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웹툰의 부분 유료화를 업계 최초로 시도했고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선보이는 등 중기벤처 및 스타트업들의 성장 모멘텀을 키워줄 경험이 풍부하다. 강 비서실장도 “한 후보자는 ‘포춘 인터내셔널 파워우먼 50’에 4년 연속 선정된 인물”이라며 “관련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 육성 전략에 새로움을 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에서 기업 글로벌 전략을 세웠던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의 발탁도 주목된다. 행정고시 34회로 국무총리실과 국무조정실에서 30년 이상 일해온 정통 관료지만 2023년부터 LG그룹의 싱크탱크인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으로 근무했다. 코로나19 당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발탁돼 관련 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당시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 인사가 청와대 수석으로 바로 이동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처 간 국정 업무 총괄 및 조정 능력을 기본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기업 간 경쟁에서 산업 전략에 남다른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다. 강 실장은 “무너진 행정부의 시스템을 복원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복합 위기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인사로 하정우 수석에 이어 또다시 민간 출신 전문가가 정부에 몸담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AI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년·10년 후 한국의 성장을 이끌 동력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이라면서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려는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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