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후 고지우(23·삼천리)는 2년 전 첫 우승을 거뒀을 때와 비교해 자신의 골프가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남겼다.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던 최종 라운드에서 고지우의 모습은 평가 그대로였다. 한때 6타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순식간에 2타 차로 좁혀진 상황에서도 그는 단단함을 잃지 않았다. 꼬박꼬박 버디 기회를 살리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고지우는 생애 첫 승을 달성하며 손에 쥐었던 빛나는 트로피를 2년 만에 다시 한 번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1~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의 압도적 우승이기도 하다.
고지우는 29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10억 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23언더파 193타를 적어낸 그는 2위 유현조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억 8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사흘간 잡은 버디가 25개다. 이렇게 작성한 193타는 조정민이 2018년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세운 KLPGA 투어 54홀 최소타(193타)와 타이 기록이다.
제주 출신으로 국가상비군을 지낸 고지우의 별명은 ‘버디 폭격기’다. 데뷔 시즌인 2022년 버디 수 336개로, 지금은 미국 무대를 뛰는 유해란과 공동 1위를 했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트레이드 마크다. 2년 전 첫 우승은 4타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이었고 이번 3승째는 지키는 우승이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고지우는 6번 홀까지 4타나 줄이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짓는 듯했다.
하지만 7번부터 여섯 홀 동안은 보기만 하나로 살짝 흔들렸고 이 사이 추격자들이 2타 차로 따라붙으며 역전 허용의 위기를 맞았다. 위기 속에서 고지우의 버디 본능이 재가동됐다. 13번 홀(파4)에서 그림 같은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추가하며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은 것이다. 101야드를 남겨두고 언덕에 가려 홀이 보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고지우의 샷은 홀 1m 남짓 거리에 붙었다.
16번 홀(파4)의 120야드쯤 거리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어프로치 샷으로 탭인 버디를 보탰다. 추격자들을 완벽하게 따돌린 고지우는 마지막 홀의 짧지 않은 파 퍼트마저 넣어 타이 기록을 세우면서 축하 물 세례를 받았다. 고지우는 전날 18언더파 126타로 투어 36홀 최소타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산악형 코스를 고려해 주최 측은 코스를 상대적으로 쉽게 세팅했는데 결과적으로 고지우를 위한 판이 깔린 셈이었다.
경기 후 고지우는 “매년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니 점점 더 나아졌다”며 "올 시즌 다승왕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우승 경쟁보다 더 치열했던 ‘2위 전쟁’의 승자는 유현조였다. 유현조는 이날 10타를 줄이는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을 쓰며 합계 21언더파로 공동 3위 임희정과 한진선을 3타 차로 제쳤다. 통산 5승의 임희정은 2주 연속 3위 성적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확인했다.
디펜딩 챔피언 박현경은 8타를 줄이며 13언더파 공동 17위에 올랐다. 시즌 3승의 이예원은 1타를 잃고 8언더파 공동 35위로 마감했다.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다녀온 직후 국내 대회에 나선 김수지와 방신실의 희비는 엇갈렸다. 김수지가 이날 9언더파를 몰아쳐 14언더파 공동 11위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 반면 방신실은 4타를 잃고 1언더파에 그쳐 컷 통과에 성공한 선수들 중 최하위(공동 72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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