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가 LPGA 팀 대항전인 다우 챔피언십 자신의 동반자로 박성현을 택할 때만 해도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던 게 사실이다. 윤이나 자신도 최근 7개 대회에서 5차례나 컷 탈락할 정도로 성적이 부진했지만 박성현은 올해 10개 대회에서 9번 컷 오프 될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민폐를 주기 싫다며 굳이 사양하는 박성현에게 직접 전화까지 해가면서 애쓴 윤이나의 ‘삼고초려’는 결국 옳은 판단이었다. 컷 통과는 물론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포섬 방식(하나의 공을 번갈아 치는 방식)으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박성현-윤이나 팀은 버디 5개, 보기 2개를 합작해 3언더파 67타를 쳤다. 3라운드까지 11언더파 199타를 기록한 박성현-윤이나는 공동 4위에 올라 역전 우승에 대한 기대를 걸게 했다.
13언더파 197타로 단독 선두에 나선 세라 슈멜젤(미국)-알반 발렌수엘라(스위스)와는 불과 2타 차다. 최종일은 두 선수가 각자 공으로 경기를 한 뒤 좋은 성적을 택하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팀 대항전 2타차는 일반 대회로 치면 1타 차이도 안될 만큼 미세한 격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예상외의 우승자가 나올 수도 있다.
박성현-윤이나 팀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진 2라운드에서 무려 10타를 줄였기 때문이다. 최종일 같은 조로 경기할 제니퍼 컵초(미국)-리오나 머과이어(아일랜드) 팀과 나란히 2라운드 공동 데일리베스트 스코어였다. 포섬 방식으로 치러진 첫 날 2오버파 72타 공동 38위로 컷 오프 위기까지 갔던 상황을 뒤집는 ‘10언더파 60타’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사실 3라운드 때 합작한 ‘3언더파 67타’도 의미심장한 스코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두 선수의 부진을 고려할 때 포섬에서는 이븐파로만 버텨도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3타를 줄이면서 톱10을 넘어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잠자는 용’ 박성현의 버디 본능이 제대로 깨어났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호흡이 좋았지만 2라운드에서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박성현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1번 홀과 10번 홀에서 윤이나가 보기를 범할 때 박성현이 버디를 잡으면서 윤이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기 때문이다.
대회 최종일 치열한 우승 경쟁이 예상된다. 선두와 1타차 공동 2위 그룹(12언더파 198타)에는 임진희-이소미 팀도 포함됐다. 사흘 내내 언더파를 칠 정도로 두 선수의 ‘케미’가 좋다.
공동 7위(10언더파 200타)에 올라 있는 메간 캉-렉시 톰프슨(이상 미국), 다케다 리오-야마시타 미유(이상 일본) 팀과 공동 9위(9언더파 201타)를 달리고 있는 지노 티띠꾼(태국)-인뤄닝(중국) 팀도 위협적이다.
이번 대회 출전 팀에게는 모두 팀명이 있는데, 박성현-윤이나 조의 팀 이름은 ‘2달러’다. 박성현의 애칭 ‘남달라’와 윤이나의 이름 가운데 자 ‘이(2)’를 조합해 지었다.
1달러는 보잘 것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힘도 보태면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또 2달러는 행운을 뜻하기도 한다. ‘2달러의 반란’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니 이 정도면 충분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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