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구직자가 재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이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조사가 나왔다. 남성은 임금 수준, 여성은 근무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40~50대 중장년 구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취업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남성 중장년 구직자는 재취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근무조건으로 임금 수준(33.7%)을 꼽았다. 근무시간(28.0%), 고용형태(15.3%)가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 중장년 구직자는 근무 시간(49.7%)을 선택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임금 수준을 선택한 구직자는 20.5%에 불과했다. 한경협은 “여성의 경우 가족돌봄·가사 역할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중장년층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중장년층 남성은 ‘정리해고·권고사직(22.5%)’, ‘좋은 근무조건으로 이직을 위해(16.4%)’가 가장 많았으며, 여성은 ‘육아·돌봄·가사(43.2%)’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가정 내 돌봄 역할이 여성의 경제활동 중단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 1년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중장년층 여성 응답자 중 38.7%도 구직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육아·돌봄·가사’를 꼽았다.
또 4050 중장년이 재취업 시 희망하는 세전 연봉 최소한도는 평균 4천14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75% 수준이다. 재취업 시 희망 근무 연령은 평균 65.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항목을 묻는 말에는 4050 중장년 구직자 35.7%는 '본인 가구의 의식주를 위한 생활비'라고 답했다. 이어 자녀의 사교육비 및 학자금(17.7%), 본인 가구의 병원비 및 건강 관련 지출(16.9%), 대출 원금 및 이자 상환(15.8%) 등의 순이었다.
재취업 지원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중장년 친화 유연근무제 및 시간제 일자리 확대'(22.2%)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이어 중장년 특화 직무 교육 및 경력 전환 지원 강화(22.0%) 중장년 대상 공공 일자리 확충(17.9%) 채용 수요 확대를 위해 고용주에게 중장년 고용 인센티브 제공(15.7%) 등 순이었다. 특히 여성은 '중장년 친화 유연근무제 및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24.5%)이 남성(19.8%)보다 높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장년층의 고용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40·50세대가 고용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맞춤형 고용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중장년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유연화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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