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대변까지 묻힌 채 쓰러져 있던 남편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달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5월 20일 오전 10시께 술에 취해 현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편 B씨를 발견했다. 당시 B씨는 속옷과 다리 등에 대변이 묻은 상태였다. 그러나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남편의 사진만 몇 장 찍은 뒤 집을 나섰고 딸과 식사를 한 뒤 오후 3시쯤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A씨는 남편이 여전히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지만 B씨는 끝내 숨졌다.
검찰은 A씨가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유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특히 A씨가 경찰에 “남편을 발견하자마자 119에 신고했다”고 허위 진술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A씨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남편이 평소 술에 취하면 아무 데서나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 사망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도 B씨가 자주 만취 상태로 쓰러졌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외출 직전 딸에게 “아버지가 술에 취해 대변까지 봤다”며 하소연했고 집에 돌아가기 전 “대변은 치워놨으려나”라고 말하는 등 남편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허위 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 “남편이 단순히 술에 취해 잠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게 후회돼 당황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에게 화가 났던 부분까지 숨기지 않고 진술했으며, 부부 관계, 피해자의 평소 음주 습관,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하면 유기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배심원단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 결과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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