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며 국무위원들에게 국회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당부했다.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국무총리 임명 동의 등 산적한 현안에서 여야가 대치 중인 가운데 국무위원들의 적극적인 대국회 설득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과 동거 정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장차관의 소극적인 자세를 경고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은 국민주권 국가로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국민주권은 첫째로 직접 선출된 권력에 의해서 국민주권이 발현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출 권력으로부터 다시 임명 권력의 정당성이 부여된다”며 “대한민국의 선출 권력은 대통령·국회의원 또는 자치단체장·기초광역의원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강조해 국회에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국회에 읍소 전략을 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적극성을 당부하며 현안을 해소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추경 심사 과정에서도 국무위원들에게 “민원을 무시하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신속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무위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자 정책 현안에 대한 속도감 있는 처리를 거듭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추경안의 세부 항목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정부 당국자들이 답변하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원 예산의 추경 적절성을 묻자 장관 직무대행 대리로 참석한 당국자가 답을 하지 못한 채 준비된 자료만 바라보기도 했다. 다른 당국자들도 의원들의 질문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등 즉답을 피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여당 의원들과 충돌한 사례도 이 대통령이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에 ‘끼어들기’를 반복하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근 많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열리는데, 상임위 출석을 가볍게 여기거나 국회 질문에 전반적인 태도 등을 가리킨 것으로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8월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싸우라”며 대야 공세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임명직 인사들과 국회의 갈등이 이어지면 정부 출범 초기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협력’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문제도 언급하며 “최근 주택·부동산 문제 때문에 약간의 혼선들이 있었는데 대한민국의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 주택이 투자 수단, 투기 수단이 되며 주거 불안정을 초래했다”며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며 대체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이 다뤄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경기북부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도 지시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방부 간 환경영향평가 등의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이 빈번했던 사안이다.
한편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총리 직무대행 자격으로 마지막 국무회의를 진행했다”며 “전 정부 시절 임명된 국무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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