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해킹 사고로 촉발된 통신업계의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유통망에서는 해킹 공포를 자극하는 멘트까지 등장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4일 해킹 사고와 관련해 이미 번호이동을 한 고객과 오는 14일까지 번호이동을 하는 고객의 위약금을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가 SKT 고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통신사 유통망에서는 "해킹은 내 정보를 털기 시작해 결국 내 인생을 털리는 것",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 등 공포를 자극하는 문구를 활용하며 SKT 고객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에 안 바꾸면 우리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는 멘트까지 등장했다.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인한 2차 피해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일부 통신사들이 불안을 부추기며 무리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번호이동 고객 유치를 위한 보조금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 플래그십 제품의 번호이동 판매 장려금을 70만~90만원대로 올렸으며 SK텔레콤도 이에 맞서 보조금을 상향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일부 유통 현장에서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1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붙은 사례도 포착됐다.
시장 과열 조짐이 뚜렷해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마케팅 임원을 불러 과열 경쟁 자제를 요청했다. 방통위는 "최근 번호이동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며 "통신 3사는 불법 보조금 지급, 소비자 차별 등 위법 소지가 없도록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기한이 14일까지인 만큼 이번 주가 최대 경쟁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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