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주가 급등 계기로 지목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주최한 양용호 유라시아경제인협회장이 자신이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업체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활동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건희 특검은 양 협회장을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해당 포럼을 주최한 협회들과 삼부토건, 그리고 김 여사의 관계성 입증에 나섰다.
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 23일 양 협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AI·빅데이터 전문기업 비투엔은 곧바로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 협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불과 2개월 만인 3월 25일 비투엔은 크라이나 상공회의소(UCCI)와 경제 및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재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비투엔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도시계획 및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2025년 3월 발표한 비투엔의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이나 도시 계획 등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비투엔이 MOU를 체결한 행사는 양 협회장이 이사로 등록된 ‘한국-우크라이나 뉴빌딩 협회’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빌딩 협회는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가 설립한 협회로, 양 회장의 유라시아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한 각종 행사나 MOU를 주도했다. 2024년 5월에는 이 협회장의 주선으로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방문한 바 있으며, 이 자리에는 삼부토건 측 관계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회도서관에서 포럼을 주최했는데, 해당 행사에 유라시아경제인협회가 후원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MOU 체결은 비투엔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MOU 체결 일주일 전인 3월 18일 비투엔의 주가는 29.94% 폭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업계는 전날 비투엔이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AI·데이터법학 분야 산학 협력을 위한 MOU를 맺은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주가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었다는 이유로 특정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주일 뒤에 의미 있는 호재가 있다는 정보가 사전에 흘러 주가에 선반영 됐다는 것이 더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비투엔 측은 양 협회장과 관련한 질문에 “사내에 해당 내용을 아는 직원이 없다”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은 정부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행보와 삼부토건 주가 폭등 사이에 유라시아경제인협회나 뉴빌딩협회 등 협회들이 있다고 보고 협회 관계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양 협회장과 관련한 회사들도 재건 사업과 관련해 주가에 영향이 있었는 지 등도 살펴볼 방침이다. 양 협회장과 유라시아경제인협회 임원 한 모 씨를 불러 협회와 삼부토건과의 관계를 캐물은 김건희 특검은 이 협회장을 비롯한 뉴빌딩협회나 양 협회장과 연관이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업체들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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