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소비자간거래(C2C) 플랫폼을 대상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분쟁 해결 기구에 의무적으로 개인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당근마켓을 통해 아파트를 사고팔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지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선 것이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C2C 플랫폼 소비자 보호 방안을 내놓기로 하고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의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 등에서 조회 요청이 오면 의무적으로 협조하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C2C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가 4300만 명으로 주간 이용자 수만 해도 1400만 명에 달해 전 국민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품목도 소액의 중고 물품에서 벗어나 10억 원이 넘는 고가의 부동산까지 확장되고 있다. 실제 당근마켓의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1년 268건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5만 9451건을 기록해 3년 사이에 222배에 이르는 초고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령 10억 원의 아파트를 거래한다면 500만 원이 넘는 중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당근마켓에서는 중개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거래 상대방의 신뢰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거래 당사자 간 분쟁 발생 시 법적 보호 장치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2021년 개정된 전자상거래법에 당근마켓 등 C2C 플랫폼에서 개인판매자의 성명·주소·연락처를 거래 상대방이 열람할 수 있도록 명시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개인정보 남용과 범죄 악용 우려로 인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구매자가 소비자 피해를 명분으로 20대 여성 판매자의 개인정보(주소, 연락처)를 받아서 판매자의 집을 찾아가거나 문자로 연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근 등 플랫폼 사업자들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개정된 법 조항을 따르지 않았고, 공정위도 법 위반 여부를 심의했지만 올해 3월 범죄 부작용 우려로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송명현 공정위 전자거래감시팀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판매자)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하고 이를 거래 상대방에게 다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스토커라든가 이런 범죄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C2C 플랫폼이 사실상 법 테두리 밖에 놓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는 범죄 피해 우려와 개인정보 남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만간 전자상거래법을 다시 손질하기로 한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평소에 개인정보를 보관하지만 거래 상대방 등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법적 분쟁 발생 시에만 분쟁 기구와 법원에 제공하기 때문에 범죄 예방과 소비자 보호를 모두 고려한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에서의 규제 공백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 공개는 필요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상대방 신원을 몰라 법적 구제 수단조차 활용할 수 없었던 소비자 보호의 맹점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C2C 업계는 개인정보 보관에 따른 보안 리스크 및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책임 범위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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