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중동 시장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 이후 첫 순방지로 찾을 정도로 공들인 중동 시장에 중국 반도체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AI 칩 어센드 910B의 구매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구매 규모는 수천 개가량이며 아직 최종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사우디와 UAE는 데이터센터 확충을 통해 석유 수출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AI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께 사우디와 UAE가 AI로 벌어들일 수익이 각각 1350억 달러, 960억 달러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주목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첫 순방지로 두 나라를 찾아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AMD는 향후 수년 동안 총 100만 개 이상의 AI 칩을 사우디와 UAE에 공급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의 중동 수출 시도는 중동에서 거둔 AI 칩 ‘잭팟’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중동 수출 시도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 조치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화웨이의 AI 칩 기술은 엔비디아보다 한 세대 이상 뒤처져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지만 미국은 중국 반도체의 성장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 어센드 칩을 사용하는 국가를 모두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해석을 내놓은 이유다.
이에 맞서 화웨이는 판로를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도 화웨이로부터 어센드 910B 구매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가 말레이시아와 약 3000개 규모의 어센드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반도체가 동남아시아로 영토 확장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블룸버그에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가 기술이나 물량 측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글로벌 시장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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