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노조가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놓고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하투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일부 노조는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사측을 상대로 강한 압박에 나섰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하루 2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4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노조는 지난달 전체 조합원 6851명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8.2%의 찬성률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바 있다.
노조는 사측에서 추진 중인 9개 직영 서비스센터 등 자산 매각 시도에 반발하며 단체 행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GM은 미국 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으나 노조는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월 14만 13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성과급과 격려금은 각각 4136만 원과 2250만 원으로 총 6390만 원에 달한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월 6만 300원 인상, 성과급 1600만 원 등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대한 강경 투쟁을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부분 파업에 이어 총파업에 나서며 생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노조는 “노조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됐다”며 “15일을 기점으로 투쟁이 장기화될 지, 단락을 마칠지는 사측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기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이재명 정부가 공약했던 주 4.5일제 도입과 정년 연장(만 60세→64세)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일까지 9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사측은 “개별 기업이 다룰 사안이 아니다” “청년 실업과 연계하며 사회적 시선으로 매출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노조 측은 ”정년은 노사 합의로 확대한 역사가 있다” “기업의 생존력은 시대와 제도를 선도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국회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수천 개에 달하는 협력 업체와 단체교섭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정책과 내수 침체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노사 갈등의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해외로 나가게 되고 근로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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