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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작은 실천이 ‘연안안전’ 지킨다

■김용진 해양경찰청장

갯벌 고립 등 사고, 부주의서 비롯

구명조끼 실제 착용률은 14% 불과

안전수칙 지키는 게 유일한 예방책

김용진 해양경찰청장




공자의 손자이자 노나라의 유학자인 자사는 ‘중용’ 제20장에서 군자의 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범사예즉립(凡事豫則立) 불예즉폐(不豫則廢), 언전정즉불겁(言前定則不跲) 사전정즉불곤(事前定則不困), 행전정즉불구(行前定則不疚) 도전정즉불궁(道前定則不窮).”

이는 해석하면 “모든 일은 미리 대비하면 바로 서고, 대비하지 못하면 무너지며, 말을 미리 정하면 차질이 없고, 일을 미리 정하면 곤란하지 않으며, 행동을 미리 정하면 탈이 생기지 않고, 도를 미리 정하면 궁하지 않다”는 뜻이다.

오랜 기간 해양경찰로 근무하면서 전국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예방과 대비의 중요성을 언급한 자사의 지혜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7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이 바다에서 시간을 보낸다. 멋진 풍경 속에서 청량함을 느끼며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은 모두에게 특별한 휴식이자 삶의 활력소이다. 그러나 이처럼 멋진 풍경에도 예기치 못한 위험은 숨어 있다.

2013년 7월 18일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학생 다섯 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를 기억하는가. 안전관리 사각지대 속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이 사고를 계기로 연안 안전관리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듬해인 2014년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 결과 연안 체험 활동 운영자는 안전관리 요원과 인명 구조 장비를 갖추고 안전 관리 계획서를 작성해 경찰서에 신고하게끔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해양경찰도 사고 방지를 위한 연안 안전 수칙, 생존 수영법 등의 교육 및 홍보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7월 18일은 ‘연안안전의 날’, 7월 셋째 주는 ‘안전점검 주간’으로 각각 지정되면서 연안 안전 점검 및 해양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참여형 교육과 구명조끼 착용 캠페인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안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매년 소폭 줄고 있긴 하나 한 해 600여 건이 발생해 10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사고 대다수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음주 등 개인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예컨대 물때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무심코 들어간 갯벌에 고립되거나 안전 표시판 경고를 무시하고 테트라포드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일, 구명조끼 없이 해변에 뛰어들었다가 발생한 익수 사고 등 작은 무관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이들 사고는 구명조끼만 착용했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례가 대부분인 만큼 안타까움이 더 크다. 여름철이면 각종 매체에서 구명조끼 착용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지만 실제 착용률은 14%에 그친다. 83%인 차량 안전띠 착용률과 비교해 매우 저조하다.

결국, 수많은 안전 제도가 마련되고 개선·보완되더라도 이를 완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다. 바다에서의 안전은 출발 전 날씨와 물때를 확인하는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손끝에서, 출입 금지 표지판 앞에서 물러나는 한 걸음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올여름도 매우 더울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를 찾는 모두가 예방과 대비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는 즐거운 여름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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