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3개월 만에 아내를 살해하고 태연히 상주 역할을 한 남편이 법정에서 계속해서 혐의에 대한 인부(인정 또는 불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 공소사실을 통해 아내를 살해한 이유가 임신 중 성관계 거부라는 점이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장찬)는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 사건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인부는 차후에 밝히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선임 이후 시간이 부족해 사건 기록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이 공전되고 있다”며 “구속 기간인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1심 재판을 위한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돼 있다.
앞선 두 차례 재판에서도 A씨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했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검찰은 "고의로 기일은 연기 시킨 걸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선 그간 확인되지 않았던 A씨의 살해 동기가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인 아내가 임신 초기인 상황에서 수차례 성관계를 요구했다. 그는 아내가 유산해 병원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집요하게 성관계를 원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피해자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피해자가 지인들에게 '남편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로 힘들다', '결혼을 후회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하고는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결혼 3개월 만인 지난 3월 13일 서울 강서구 신혼집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후 A씨는 장례식장에서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을 맞이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가, 빈소가 차려진 지 하루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초기에 살해 혐의를 부인하던 A씨는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그제야 범행을 인정,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자 어머니는 JTBC를 통해 딸의 얼굴을 공개하며 “멀쩡한 애를 보냈으니까, A씨도 형을 많이 받고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피해자 친언니는 “(A씨는) 동생이 유산하기 전날까지도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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