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랜 갈등을 이어온 하버드대가 미국 연방정부와 최대 5억 달러(한화 약 6959억 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유대인 재학생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 민권법을 위반했다는 정부의 통보를 받은 뒤 수개월간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연방정부에 직접 벌금을 지불하는 방식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으로 구체적인 재정 조건을 두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스라엘 시위와 관련해 미국 내 대학가의 반(反)유대주의 정서를 강하게 문제 삼아, 하버드를 포함한 60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특히 하버드에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와 입시·채용에 정부 개입 확대를 요구했으며 대학 측이 이를 거부하자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박탈, 연방지원금 중단, 연구 용역 계약 해지 등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지난 5월 트럼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버드대는 웃음거리(joke)"라며 "명문대 리스트에서 빠져야 한다"고 비난했고 이에 맞서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사립대가 무엇을 가르치고 가르치지 말아야 할지 명령할 수 없다"며 급여의 25%를 자진 삭감해 정부 압박에 반발했다.
그러나 하버드는 최근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하버드에 유대인 학생 대상 위협을 방치했다는 내용의 민권법 위반 통지서를 발송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앞서 컬럼비아대가 같은 혐의로 2억 달러(한화 약 2778억 원)를 납부하고 12억 달러(한화 약 1조 6668억 원) 이상의 연방 자금을 회복한 전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비공식적으로 하버드는 컬럼비아보다 더 많은 벌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실제로 이번 협상에서 요구된 금액은 컬럼비아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버드는 컬럼비아가 수용한 '외부 독립 감시인' 도입 조항을 학문의 자유 침해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YT는 "하버드 내부에서는 트럼프 임기 중 추가 불이익을 피하려면 법적 다툼 대신 합의가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하버드는 연구비 삭감 조치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보스턴 연방법원 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학문의 자유와 연구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하버드 측 주장에 일부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하버드에 대한 연방 연구비 26억 달러(한화 약 3조 6156억 원)를 환수했으며 협상이 타결될 경우 하버드는 다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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