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위기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세 쌍둥이가 35주 넘게 임신을 유지한 뒤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하나정(33) 씨가 임신 35주 3일차인 지난달 28일 박지윤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으로 자연분만을 통해 하민, 하빈, 하진 형제를 출산했다. 분만은 대량수혈이나 자궁동맥색전술 등의 조치 없이 안전하게 이뤄졌고, 세 아기 모두 출생 당시 몸무게 2kg을 넘겼다. 특히 셋째 하진이는 만삭아의 정상 체중에 가까운 2.88kg까지 성장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난 세쌍둥이 중 가장 큰 아기가 됐다. 첫째는 곧장 신생아실로, 둘째와 셋째는 출산 초기 호흡 보조를 위해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잠시 머무르다 사흘 만인 지난달 31일 세 아기 모두 산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삼태아 임신은 임신주차가 지날수록 자궁이 빠르게 한계치에 도달해 조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간전증(임신중독증)과 같은 임신합병증으로 인해 출산 시기가 앞당겨져 아기가 미숙아로 태어날 확률이 높고, 산모 역시 출산 때 대량 출혈이나 양수과다, 자궁무력증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출산 시기가 너무 이르면 아기의 폐기능 또는 체온조절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인큐베이터(보육기) 치료가 필요하다. 반대로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 자궁 과팽창과 태반 기능 저하로 산모와 태아가 모두 위험해진다. 따라서 임산부와 태아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해 최적의 출산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삼태아 분만의 핵심이다.
지난해 첫 아들을 자연분만한 하 씨는 삼둥이가 배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았다. 두 번째 분만에서도 제왕절개술 없이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조산 및 산후 출혈 등의 위험 때문에 삼태아 자연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와 고위험산모태아집중치료실(MFICU) 간호팀은 하 씨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태아 발달을 도왔고, 임신 35주 3일차에 이르러 조기 진통과 혈소판감소증이 동반되자 분만을 시도했다. 삼태아 분만은 보통 태아의 폐기능이 성숙되지 않은 32~34주차에 이뤄진다. 병원 측은 "다년간의 태아 분만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임신 기간을 2주 더 유지한 덕분에 아기들의 폐 성숙도와 신체 발달 면에서 중요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태아를 자연 분만한 하 씨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출산 과정에서 'JADA' 시스템을 활용해 출혈량을 최소화한 영향도 있다. JADA는 출산 직후 자궁 내부를 음압으로 흡인해 팽창된 자궁을 빠르게 수축하게 돕는 신의료기술이다. 출산 때 출혈을 줄여 수혈 없이도 분만을 마칠 수 있다.
하 씨는 "미숙아 출산에 대한 걱정이 컸다"며 "아기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이끌고 분만까지 최선을 다해준 의료진 덕분에 세 아기 모두를 건강하게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삼태아 임신도 제왕절개, 대량 수혈, 인큐베이터가 없는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삼태아는 조산과 제왕절개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데 산모 상태에 따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