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의원이 2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정청래 신임 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아쉬운 선거 결과에도 지난 1년 동안 원내대표로서 계엄·탄핵 정국에서 대선 승리를 진두지휘했던 만큼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자리는 변함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의원과 결이 다소 다른 ‘정청래 지도부’ 동안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할 거란 관측이다.
박 의원은 정 대표보다 한참 뒤늦게 이번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승산이 있다고 봤다. 지난해 친명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됐고 올 대선에서는 당의 선거를 이끌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당권 레이스 내내 정 대표가 권리당원 표심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명심’(이재명 대통령 의중)을 강조했는데 결국 ‘당심’이 명심을 따라올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박찬대 캠프 측 의원은 “정 대표는 호남 지역 골목골목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원 표가 많은 곳에서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 박 의원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당 험지까지 누볐는데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 의원 측은 당권 레이스 초반 정 대표가 당심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졌지만 ‘골든크로스’ 가능성을 엿봤다. 하지만 지난달 19~20일 열린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선거인단 투표 합산 결과 박 의원은 37.35%를 기록, 62.65%의 득표율을 보인 정 대표보다 25.3%P 차 뒤처진 결과가 나왔다. 이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의 갑질 의혹이 불거졌을 때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반전을 노리기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박 의원에게 명심이 있다고 보고 수많은 의원들이 박 의원을 지지했는데 정 대표의 당원 호소력과 인지도를 따라가기 힘든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이 강한 이미지의 정 대표보다 주변 사람들과 온화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인데 당원들은 가까이서 그런 걸 느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낙선에도 박 의원의 ‘찐명’ 자리는 유지될 거란 평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과는 2021년부터 수석대변인, 비서실장, 최고위원, 원내대표로서 정 대표보다 비교적 가까이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와서다. 이번 선거 기간 정 대표보다 압도적인 현역 의원 지지세를 과시한 것도 나름의 소득이었다. 박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내란특별법’에는 의원 115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이 이번 당 대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인천시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내년 6·3 지방선거 준비에 관심이 쏠린다. 다수 의원은 박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기엔 이르다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내년 지선이 10개월이나 남았는데 정청래 지도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인천시장은 중앙 정치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라며 “박 의원의 인천시장 출마가 박 의원에게 의미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봤다. 선거기간 중립을 지켰다는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박 의원을 많이 아끼는 걸로 안다”며 “내년 지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에서 출마자들이 발생한다면 박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