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여당 사령탑에 오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내걸었다. 올 추석 전까지 3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즉각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규정하며 사과 전까지는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초강경파 여당 대표의 출현에 정국도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 체제 이후 여야 첫 충돌 지점은 당장 4일 국회 본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방송3법·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추진에 맞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상태다. 평소 정 대표가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전광석화’ 처리를 공언해온 만큼 취임 초기 ‘허니문’ 기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 대표 임기 기간 내내 이러한 모습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야당 시절부터 본인 스스로를 ‘당 대포’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에 거침이 없었다.
또 다른 충돌 지점은 정 대표가 TF 출범을 예고한 검찰·언론·사법 개혁 법안이다.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약속한 만큼 본인의 핵심 지지 기반인 권리당원들의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등을 신설하는 ‘검찰개혁 4법’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해왔다. 중범죄 비위를 저지른 검사를 최대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게 하는 검찰청법·검찰징계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언론 개혁 법안으로는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언론중재법이 물망에 오른다.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정 대표는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불발로 통과가 좌절된 이 법을 22대 국회 임기 시작 다음날 곧장 재발의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생성하는 유튜버나 유사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 검토를 법무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사법 개혁과 관련해서는 외부에서 법관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 대표는 지난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법관평가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법관평가위원회를 신설해 법관 근무평정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관련 피의자에 대한 구속 취소 및 구속영장 기각을 한 지귀연 판사를 겨냥한 성격도 갖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체제’가 현실이 되자 국민의힘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취임과 동시에 자신들을 향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만큼 사실상 대화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법제사법위원장 시절의 정 대표에 대한 경험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 대표는 야당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한 초유의 여당 대표”라며 “지금은 대내외적 위기로 민생 경제가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법사위원장 시절의 모습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게감을 가지고 진중한 모습으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가 전대가 끝나자마자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며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 대표는 전대 기간에도 강 의원을 ‘안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왔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분노는 외면하면서 특정인 한 사람을 엄호하는 듯한 정 대표의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전남 나주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았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청래 체제에서 호남인들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항상 민심이 아파하는 곳에 가서 같이 호흡하면서 그분들이 원하는 현안을 정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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