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관계자들이 올해 들어 금융감독원을 찾은 횟수가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른 당국 협의와 인수합병(M&A)과 같은 각 사 현안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총 216회에 걸쳐 금감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74회)의 약 3배에 달한다. 대부분 당국의 호출로 인한 방문으로 추정된다. 기간별로는 1월 방문이 총 57회로 가장 많았다. 2월 50회, 3월 33회, 4월 24회, 5월 15회, 6월 11회 등으로 점차 줄어들다가 하반기 첫 달인 7월 26회로 다시 증가했다.
금융업계에서는 1분기 들어 금융지주 관계자들 방문이 급증한 것은 책무구조도 시행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내 주요 업무 최종 책임자를 미리 정해두는 제도다. 금융지주와 은행에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에도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은행 등이 차례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당국과 접촉이 빈번해졌다는 의견이다.
각 지주사의 개별 사안도 방문 횟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20회에서 올해 89회로 4대 금융지주 중 금감원 방문이 가장 잦았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당국과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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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105560)도 지난해 13회에서 올해 60회로 5배 가까이 접촉이 늘었다. KB금융은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계열 캐피털사를 JB금융에 넘기는 과정에서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신한금융은 23회에서 39회, 하나금융은 18회에서 28회 등으로 증가했다.
당국이 은행을 호출한 횟수도 지난해보다 급증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총 548회 금감원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480회)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1월(164회)과 2월(119회)에 방문이 집중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하나·우리은행장이 올해 초 나란히 새로 취임한 이후 유관기관 인사성 방문이 늘었다"며 "연초 금감원 방문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올해 금융지주와 은행의 금융위원회 방문 횟수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 4대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해 말까지 금융위를 11회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6회)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4대 은행 방문은 80회에서 97회로 늘었지만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6월 초 임기 만료 전까지 존재감을 보였다"며 "호출이 늘었다는 것은 당국의 '그립'이 그만큼 세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관 담당자가 외부에서 당국자를 만나는 경우도 많다"며 "실제 접촉은 출입 기록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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