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에 보건행정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시민생명을 담보하는 닥터헬기 사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발맞춘 조치이기도 하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닥터헬기는 2011년 9월 최초 도입됐다. 인천의 섬 등 취약지 응급환자의 신속한 처치와 이송으로 시민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이 같은 닥터헬기는 뱃길로 5시간가량이 걸리는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를 1시간 20분이면 출동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닥터헬기로 이송한 인천지역 응급환자는 총 1700명이 넘는다. 대부분이 생명이 위중한 중증 외상 환자 등이다.
문제는 인천에 이러한 닥터헬기를 보관할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다는 것이다. 닥터헬기 계류장 등은 악천후로부터 보호하고 필요한 정비를 수시로 수행할 수 있어 응급환자 발생 시 헬기 운행의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전국에서 이러한 닥터헬기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14년째 타 시설을 임시로 빌리며 전전했다. 원인은 헬기 소음 우려로 인한 인근 주민들 민원 탓이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는 좌초위기에 내몰렸다.
연수구의회는 지난달 26일 제273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 반대 결의안’을 재적 의원 13명 중 7명의 동의로 가결했다.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가 예정된 남동구의회 역시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수용성의 이유로 ‘공유재산 영구시설물 축조 동의안’을 보류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14년째 추진 중인 닥터헬기 계류장 건설사업은 이들 기초자치의회의 반대로 한 발짝도 못 떼고 있다. 인천시는 내년 7월까지 총 73억 원을 들여 남동구 고잔동 626-7번지에 총 3400㎡ 부지에 △헬기 이착륙장 △계류장(격납고) △방음벽 △진입도로 등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이에 인천시는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에 ‘유예’가 아닌 ‘정면돌파’로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우선 소음발생이 우려되는 주거지에서 다각도의 소음 측정으로 저감 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10m 높이의 방음벽 설치다. 주거지가 450m 떨어져 있고 닥터헬기 계류장 예정지가 나무로 둘러싸여 방음벽을 설치하면 소음 저감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인천시, 주민대표, 정치권 등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유기적인 소통창구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인천시가 최근 주민과 정치권의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지난 6일 인근 주민 및 연수구의회를 찾아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또한 시는 닥터헬기 계류장 건설 당위성을 설명하는 호소문을 각 주거지에 부착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로 했다. 필요시 소음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 협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의 이러한 정책결정에는 새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춰 시민생명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세월호·이태원·오송·제주항공과 같은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 만나 정부 책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고 강조하며 사죄했다. 대통령실 역시 인천 출신 담당행정관을 닥터헬기 현안 문제에 배치하고 대응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닥터헬기 계류장은 골든타임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최적의 출동상황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주민들과 소통해 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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