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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 가기 전 '영업 파일' 몽땅 삭제한 회사원들 집유

경영 갈등 빚자 경쟁업체 설립

이직 전 메일 계정·자료 삭제해

法 "영업 경쟁력 좌우 핵심 요소"

이미지투데이




경쟁업체로 이직하기 전 거래업체 연락처 등 영업 자료와 이메일 계정을 삭제한 회사원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김주석 부장판사)은 이달 13일 업무상배임·전자기록 등 손괴·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무역공사의 전 대표이사 유 모(52)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유 씨는 농업회사법인 A 무역공사에 다니면서 업무용 메일과 업무 관련 파일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A 무역공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인사·총무 등을 담당하던 유 씨는 경영진과의 마찰로 공동 대표이사였던 허 모 씨와 함께 경쟁업체인 A 수출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A 무역공사가 사용하던 거래업체와의 연락처와 영업 자료, 영업용 메일 계정을 삭제하기로 모의했다. 범행은 허 씨의 주도 아래 유 씨 외에도 A 수출로 함께 직장을 옮기기로 한 사내이사 이 모(43)씨 등 3명도 합세했다.

2021년 1월 유 씨 등 일당은 관리자 계정을 지닌 허 씨가 자신들의 메일 계정을 삭제할 수 있도록 계정 정보를 제공했다. 허 씨는 각 직원 폴더 내에 있는 2020년 11월 이후 파일을 삭제했고, 유 씨도 자신의 메일함 속 메일과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동영상·문서 등 각종 영업 파일을 지웠다.



일당은 근로계약상 비밀준수 의무 및 신의칙을 깨고 거래명세표와 거래계약서 등 민감한 자료를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회사의 주요 자산인 자료에 대해 외부 유출이 금지돼 있었지만 자신들이 설립한 A 수출에서 해당 자료를 몰래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2021년 1월부터 1달간 유 씨와 허 씨는 주요 자료들을 A 수출 사무실로 옮겼고, 퇴직 후에도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 결국 A 무역공사는 이메일을 복구하지 못했고, 2021년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간이회생정리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영업 자료를 없앤 피고인들의 행위가 A 무역공사를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피고인 측의 “이메일을 삭제하더라도 백업 자료가 남아있으므로 업무방해의 위험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메일 삭제처럼) 기록된 정보를 삭제하는 행위는 전자기록을 손괴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피고인들이 반출한 자료 또한 영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라면서 “피해회사의 거래처 다수가 피해회사와의 관계를 끊고 A 수출과 거래하게 되는 등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를 A 수출이 승계한 것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 씨가 이사임에도 주주총회 결의 없이 퇴직금을 인출했다는 혐의(업무상 횡령)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피해회사의 주주로서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허 씨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실상 근로자의 지위에 놓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 씨와 함께 기소된 이 씨는 징역 9개월, 삭제에 가담한 2명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범행을 지시한 허 씨는 2023년 사망해 선고 대상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허 씨가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모두 초범인 점, 회사 측이 허 씨와 피고인에 대한 처우를 소홀히 해 사건 범행을 유발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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