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사상 초유의 저성장 터널에 갇혔다.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한국은행은 28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발표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9%, 1.6%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는 5월보다 0.1%포인트 상향됐지만 내년 전망은 변함이 없다.
한은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경제심리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확대된 점이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올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쿠폰은 지난 20일까지 신청률이 97.6%에 달했으며 이달 7일까지 신용·체크카드 기준 약 50%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또 반도체·자동차 수출 호조도 전망치를 0.2%포인트 상향한 요인이다. 반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건설경기가 0.3%포인트 성장률을 낮췄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여전히 1.6%에 머물며 반전이 없었다.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년 연속 2%를 밑도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분기별 성장 경로를 보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핵심 원인은 건설 부문 부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 부문만 0% 수준 성장을 유지해도 올해 성장률이 2.1%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8월 전망에 따르면 성장률은 올해 3분기 1.1%를 기록한 뒤 4분기 0.2%, 내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0.3%에 머물 전망이다. 특히 이 총재의 진단대로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종전 예상치(-6.1%)보다 악화한 -8.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외 △민간소비(1.1→1.4%) △재화수출(-0.1→2.5%) △설비투자(1.8→2.5%) 등은 모두 지난 5월보다 전망치가 상향됐다.
아울러 한은은 수정 전망을 통해 대외 무역갈등 시나리오별 성장 경로를 제시했다.
낙관 시나리오의 경우 미국과 중국·캐나다·멕시코 등과의 협상이 원만히 타결돼 펜타닐 관세 철폐 등 무역갈등이 완화되면 내년 성장률은 기본전망(1.6%)보다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비관 시나리오는 무역갈등이 재격화돼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이 보복관세로 맞설 경우 내년 성장률은 기본전망 대비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은은 모형 분석 결과를 통해 미국 관세정책이 시행되면 한국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각각 0.45%포인트, 0.60%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5%포인트, 0.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충격은 △무역 △금융 △불확실성 등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무역 경로에서는 수출비용 증가와 미국 총수요 둔화로 대미 수출이 급감해 올해 -0.23%포인트, 내년 -0.34%포인트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속·기계, 자동차 등 고관세 품목에서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 경로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긴축적으로 운영되면서 국내외 금융여건 개선이 지연돼 성장률을 올해 -0.09%포인트, 내년 -0.10%포인트 낮출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이번 관세정책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확실성 경로는 기업·가계가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심리적 요인으로, 올해 -0.13%포인트, 내년 -0.16%포인트의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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