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교각살우’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35명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이관받는 방안에 대해 전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첨단반도체·휴머노이드 등 신산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에 에너지 기능을 넘겼다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가 생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정책실을 지금처럼 산업부에 두자고 응답한 한 전문가는 31일 “국내 산업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해 에너지 대계를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기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짰다가 경제·안보 측면에서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면 나라 전체가 위기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태양광 에너지는 선하고 화력발전은 악하다는 식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이념적·정치적으로 접근할 때가 아니다”라며 “특히 환경부로 에너지정책 전체를 이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에는 친(親)재생에너지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탈원전·탈화석연료 분야에서 오래 활동해온 한 전문가는 기후에너지부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응답하면서 “그동안 산업부가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과 보급 확대에 소극적으로 일관한 탓에 산업 위기를 불러왔다”며 “기후에너지부는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그 기능을 통째로 환경부에 옮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 셈이다.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측면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을 산업부로 옮겨 산업진흥 정책과 탄소 중립 목표를 함께 고민하도록 하자는 의미다. 에너지정책을 경제부총리나 국무총리와 같은 정책 컨트롤타워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공감을 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금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주택용(80%)·일반용(71.4%) 요금을 인상하자고 답했다. 반면 계약전압 300㎸ 이상 대용량 사업자가 내는 산업용 을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인하(40%)하자는 의견이 인상(31.4%)보다 높았다. 그동안 산업용 요금 중심으로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1㎾h당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4년 4분기 185.5원으로 80원(75.8%) 올랐다. 같은 기간 1㎾h당 주택용 전기요금은 109.2원에서 149.6원으로 40.4원(37%), 일반용은 128.5원에서 168.9원으로 40.4원(31.4%) 인상되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는 전문가의 48.6%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에 비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부지가 부족한 데다 현재 계획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력망을 구축하기에도 버거워 목표를 상향 조정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2023년 약 30GW(기가와트)였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 78GW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햇빛연금과 바람연금과 같은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발전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2.9%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일부 지자체만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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