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3조 7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특히 정부의 인공지능(AI) 분야 전체 예산 중 절반을 맡아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AI 3강(G3)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낸다. 기초연구 지원도 크게 늘려 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위축된 생태계를 복원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부처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12.9% 증가한 23조 7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경쟁 속에 R&D 예산에 이어 주무부처인 과기부 자체 예산도 역대 최대로 증액됐다. 특히 정부의 전체 AI 예산 10조 1000억 원 중 절반인 5조 1000억 원이 과기정통부 예산으로 편성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AI G3 도약을 견인할 대한민국 AI 대전환(AX) 지원’, ‘혁신경제의 엔진, 민관협력 기반 넥스트(NEXT) 전략기술 확보’, ‘기본이 튼튼한 R&D 생태계 조성’, ‘골고루 잘사는 과학기술·디지털 기반 균형성장’ 등 4대 목표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AI 반도체 GPU를 올해 1만 3000장에 이어 내년에도 1만 5000장을 확보해 국내 산·학·연의 AI 개발을 지원한다. 슈퍼컴퓨터 6호기의 9000장을 합쳐 올해와 내년 누적 3만 7000장을 확보해 2030년까지 총 5만 장 계획을 조기에 달성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또 대형 GPU 서버인 국가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AI 네트워크와 특화 AI 모델, 피지컬(물리적) AI 등 신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AI 주무부처로서 정부 내 AI 활용을 선도하는 ‘지능형 특화 업무 혁신 시스템 개발’도 신규 추진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주력기술과 첨단바이오·양자 등 신기술, 소재·미래에너지 등 기반기술을 합친 넥스트 전략기술 확보에는 올해보다 27.8% 증액된 5조 9300억 원이 투입된다.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임무중심형 사업 확대를 위한 ‘기간전략개발단’ 사업 예산으로 3636억 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연구 비효율 주범으로 꼽힌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를 폐지하고 대신 해당 재원을 출연연이 대형 성과를 낼 수 있는 임무중심형 사업 예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비슷한 취지의 공동 대형연구 사업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예산을 38% 증액한 2104억 원으로 책정했고 출연연별 최우수 연구자를 위한 성과상여금 예산을 신규 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초연구 분야에 역대 최대인 2조 7400억 원을 투입해 총 1만 5800여개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과제 수를 올해보다 28.5% 늘려 지난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위축된 기초연구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취지다. 이 중 신규과제는 7000여개로 올해보다 98.2% 늘었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던 기본연구 사업을 복원하고 1150억 원을 투입한다. 초기 교원 등 연구 환경이 열악한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외에 진출한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을 국내에 복귀시키기 위한 ‘세종과학펠로우십’ 트랙도 신설한다.
불법마약류 대응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R&D와 국민을 위한 AI 교육 확대 등에도 7400억 원이 쓰인다. 과기정통부를 포함한 부처 예산안은 2일 국회에 제출돼 연말까지 심사를 받은 후 최종 확정된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AI와 과학기술을 혁신성장의 양대 축으로 삼아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도약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았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조속히 보여드릴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핵심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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