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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요건에 수요·공급 미스매칭…공공임대 공실만 4만가구[집슐랭]

[제도 허점 드러낸 건설임대]

소득·자산 등 자격 요건 까다로워

경기도서만 빈집 1.3만가구 넘어

신혼부부 협소한 36㎡ 이하 모집에

인천 서창 행복주택 등 잇단 미달

LH 4년간 임대손실 1600억 달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전경. 사진 제공=LH




20대 사회 초년생 A씨는 올 5월 인천 남부권의 한 행복주택 청약에 지원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거주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A씨는 부모와 세대분리가 되지 않은 탓에 부모 자산이 합산돼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A씨는 LH 상담사에 “신청할 때 미리 원룸을 임차해 세대분리를 한 뒤 부모님 집에서 실거주해도 무방한 거였느냐”고 묻자 상담사는 “신청 시 서류요건을 충족하면 되니 그렇게 했으면 됐다”고 답했다. 해당 주택은 A씨와 같은 부적격자가 다수 청약에 나선 탓에 최종 미달돼 재공고를 진행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청약제도가 빈집을 양산하는 제도적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자산 등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데다 주택형 규모와 수요자 간 ‘미스매칭’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H의 부채 감축과 임대주택 수급 균형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LH에 따르면 LH가 관리 중인 전국 건설임대 주택 98만 2867가구 가운데 6개월 이상 임차인을 찾지 못한 주택이 3만 9889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서만 빈집이 1만 3268가구에 달한 가운데 서울(407가구)과 인천(867가구) 등에서도 빈집이 수백 채 존재했다. 또 충남(5841가구), 전북(3202가구), 경남(2654가구), 경북(2150가구), 부산(2109가구) 등에서 빈집이 수천 가구 규모로 집계됐다.

LH의 임대 주택 중 빈집이 4만 가구에 달하는 것은 소득·자산 등 요건이 까다로워 청약 부적격자가 다수 양산되기 때문이다. LH의 국민임대 주택 요건에 따르면 전용 60㎡ 미만의 주택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여야 한다. 3인 가구일 경우 월 소득이 533만 원, 4인 가구일 경우 600만 원 이하여야 자격 요건이 주어지는 것이다. 또 토지와 건물 등을 합산해 3억 3700만 원을 초과하는 자산을 보유하면 임대주택 청약에 나설 수 없다. 수입차 보유로 인해 차량 기준가액 3800만 원을 넘어선 경우도 청약 자격이 박탈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고 시점 기준에 소득 요건을 맞추려고 부부 중 한 명이 일부러 입주 이후로 취업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LH가 공급하는 주택형 규모와 수요자 간 ‘미스매칭’도 빈집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LH는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전용 36㎡ 이하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 중인데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 미달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입주자 모집을 마감한 인천 남동구 서창 14구역 행복주택은 주택 규모에 따라 경쟁률이 심각하게 차이가 났다. 대학생·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용 36㎡ 규모는 50가구 모집에 384가구가 청약에 나서 7.6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주택형에서 신혼부부·한 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는 120가구 모집에 14가구만 지원해 0.12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이는 해당 주택형이 신혼부부가 거주하기에는 지나치게 좁아 나타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임차조건 완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시장에서 준비되지 않은 ‘임대차 3법’의 조기 시행으로 전세 대란이 발생하자 LH가 보유한 빈집에 대해 소득·자산 요건을 배제하고 무주택자에게 공공 전세 물량으로 내놓은 바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소득·자산 요건 등이 한정된 재화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하나의 역할을 하는 점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빈집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유연하게 계층과 대상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LH 개혁의 선행과제로 꼽히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임대주택 공실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건설임대주택 빈집으로 인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600억 원의 임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LH는 부채가 160조 원에 달하는 점이 부담 요인”이라며 “LH 개혁 드라이브에 따라 택지매각에 제동이 걸리면 수입 확보를 위해 임대주택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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