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신약 임상 기준 완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개발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ASH는 대사 이상으로 간에 지방이 쌓여 간염·간경변·간암의 위험성이 커지는 질환이다. 최근 비만·당뇨 인구 증가와 함께 전 세계에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는 MASH 신약 임상에서 비침습적 방식인 진동 제어식 일시적 탄성파촬영법을 이용한 간 경직도(liver stiffness) 측정을 새로운 평가변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침습적 방식인 기존 조직검사는 △통증과 출혈 위험이 있어 환자 탈락률이 높다는 점 △작은 조직만 떼어낼 경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반면 비침습적 검사는 반복적으로 간 전체 상태를 평가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을 줄이고, 임상시험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FDA의 판단이다.
FDA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 내 MASH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24%인 6290만여 명이 MASH 위험군, 1.5~6.5%(390만 명~1700만 명)가 MASH 환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당뇨 등 대사 질환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에 FDA는 지난해 3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를 최초의 MASH 신약으로 승인한 데 이어 지난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를 MASH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FDA의 새 방안이 확정되면 MASH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화는 환자 모집이 한층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MASH 질환의 특성상 난이도가 높았던 임상 기준을 충족하기도 수월해질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과 달리 간 염증과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MASH의 특징이다. 염증과 섬유화를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FDA의 기준은 MASH 신약 허가의 가장 큰 허들이었다. 하지만 새 기준에 따라 반복적으로 간 상태를 평가하면 개선 효과를 더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중 디앤디파마텍(347850)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의 MASH 신약 ‘DD01’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DD01은 임상 2상 중간 결과에서 간 내 지방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효과를 확인했다. DD01 투약군에서 12주차 평균 지방간 감소율은 62.3%로 위약군 평균(8.3%) 대비 우수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올릭스(226950)가 일라이릴리에 최대 6억 3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OLX702A’도 기대주다. 리보핵산간섭(RNAi) 기술로 MASH 발병과 관련한 유전자(MARC1)의 발현을 억제한다는 점이 OLX702A의 특징이다. 올릭스는 전임상에서 간 내 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현재 호주에서 MASH와 기타 심혈관·대사 질환 관련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MASH 관련 두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했다. 한미약품 자체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에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2020년 미국머크(MSD)에 기술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 결과는 올 연말 발표 예정이다. MSD가 임상 3상을 결정할 경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동아에스티(170900)의 자회사 메타비아는 MASH 신약 ‘DA-1241’의 글로벌 임상 2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민트리서치는 MASH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78억 달러(약 11조 원)에서 2033년 318억달러(약 44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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