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 규제로 인해 AI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포기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일부 스타트업은 고가의 데이터를 구매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은 애매모호한 법적 장벽에 가로막혀 데이터 확보부터 좌절을 겪는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올 6월 공공 부문을 제외한 일반 산업 기업 113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데이터 산업 현황 조사’에서 기업의 데이터 도입률은 25.1%로 전년 대비 3.6%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기업 규모별 격차는 매우 컸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기업은 40.5%가 데이터를 도입하고 사업에 활용하고 있지만 매출 1000억 원 미만 기업의 경우 데이터 도입 비중이 16.4%에 그쳤다.
데이터 도입이란 공공데이터나 민간의 데이터셋을 구매해 자사 AI 관련 모델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AI 3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AI 전환의 ‘원유’ 역할을 하는 데이터는 대기업에 집중되고 중소·중견기업들은 혁신의 밑천도 확보하지 못하는 셈이다.
기업의 데이터 사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저작권법이다. 소규모 기업은 데이터를 가공·정제하는 기업으로부터 학습된 데이터를 구매해 이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하는데, AI 학습에 활용할 원본 데이터의 저작권 관련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 AI 도입을 포기한다. 명확하지 않은 개인정보보호법도 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업들은 법적 모호성 때문에 처벌 가능성부터 우려한다.
이는 전 세계가 데이터의 자유로운 유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변호사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유통되는 데이터는 지나치게 비싸고, 그 이유는 공급이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사업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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