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내년도 예산을 1조 3312억 원으로 확정했다. 올해보다 651억 원(5.1%) 늘어난 규모로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통해 차기 감염병 위기에 대비하고 청소년 예방접종 확대와 취약계층 의료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3일 질병청에 따르면 이번 예산 증액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 맞춰 편성됐다. △인플루엔자(독감)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국가예방접종사업 확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팬데믹 대비 체계 고도화 △희귀질환·한센인 등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확대다.
우선 청소년 예방접종 대상이 넓어진다. 만 13세까지만 무료였던 인플루엔자 접종 지원이 만 14세 청소년까지 확대된다. 또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HPV 백신 접종은 기존 12세 여성에서 12세 남성까지 확대 지원된다. 질병청은 “청소년기 예방접종은 장기적 질병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설명했다.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는 한층 늘어난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에 172억 원을 투입하고,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체계를 확대해 ‘조기 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또 표본감시기관도 전국적으로 늘려 지역별 감염병 발생 추이를 더욱 촘촘하게 추적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다시 발생했을 때 초기 확산을 막는 게 핵심 목표다.
희귀질환 진단 지원은 연 800건에서 1150건으로 늘리고, 고령 한센인에 대한 이동검진을 강화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의 진단·치료 사각지대를 줄인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민 누구도 건강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강화된다. mRNA 백신,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소아비만·당뇨 등 청소년 건강 문제 대응을 위한 연구가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질병 대응을 넘어 예방과 관리까지 포괄하는 보건의료 R&D 생태계 구축을 노리고 있다. 임 청장은 “이번 예산은 예방접종 확대와 팬데믹 대비, 그리고 건강 취약계층 지원과 연구개발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불필요한 예산은 줄이고 핵심 기능은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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