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10조 원에 달하는 체납액 징수에 착수했다. 체납 실태 조사를 실시해 재산·소득이 없는 생계형 체납자는 복지와 연계해 지원하고,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세금을 회피하는 고액·상습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4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세 체납관리단’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체납액 축소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경기 부진과 조직·인력의 제약 등으로 체납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21년 99조 9000억 원이던 체납액은 지난해 110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났고 체납자 수도 같은 기간 127만 6000명에서 133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125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3월부터 체납관리단을 구성해 가동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133만 명의 체납자를 직접 찾아가 경제 상황과 생활 실태, 납부 여력 등을 확인하게 된다. 이후 생계형 체납자 △일시적 납부 곤란자 △고의적 납부 기피자로 구분해 유형별로 조치할 방침이다.
먼저 재산·소득이 없어 납부가 어려운 생계형 체납자는 복지 연계를 통해 경제활동 재기를 돕는다. 납부 의지는 있지만 일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성실 납세자에 대해서는 강제징수와 행정 제재 조치를 보류하고 분납 등을 유도한다.
반면 호화 주택에 살면서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타인 명의로 이전하는 등 고의로 회피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가택 수색, 압류·공매, 사해 행위 소송, 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부를 회피하는 고액·상습체납자는 세무서와 지방청에 설치된 체납추적팀을 통해 재산과 소득을 철저히 분석한 후 강제징수 및 은닉 재산 추적 조사를 실시하도록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7월 취임 직후 ‘체납 관리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법령 개정과 예산 확보, 조직 신설 등 체납관리단 출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세청은 향후 3년간 체납자 실태 확인 조사 업무를 담당할 기간제 인력 2000명도 충원할 계획이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지난해 고액·상습 체납자로부터 거둬들인 징수액은 약 2조 9000억 원 수준”이라며 “관리단 실태 확인 조사를 통해 체납자 유형을 분류하고 징수를 강화해 연간 징수 규모를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3일부터 체납자 실태 확인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신규 국세 공무원들로 체납 관리 조직을 구성해 서울·수원·인천 등 7개 특별시·광역시를 대상으로 이달 중순까지 조사를 벌인다. 국세청은 시범 운영을 통해 납세자 불편 야기, 대민 마찰 등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운영을 통해 얻은 노하우 등을 향후 메뉴얼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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