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분기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인 삼일PwC가 금융과 회계 자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지키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주도하던 대기업 거래까지 수임하며 입지를 넓힌 점이 눈에 띈다. UBS는 2위를 차지하며 외국계 IB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법률자문 부문에서는 세종이 깜짝 1위에 오르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3분기 M&A 시장에서는 일부 대형 거래가 상위를 견인하며 자문 실적이 소수 상위권에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M&A 시장에서는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을 부담으로 꼽고 있다”며 “그럼에도 대기업 중심의 사업 재편과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4분기에도 굵직한 거래가 성사된다면 리그테이블 판도는 다시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자문 삼일 ‘원톱’…UBS 두각
1일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3분기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삼일PwC는 3조 4721억 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하며 금융자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 7~9월 동안 총 33건의 거래를 소화하며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다이글로벌과 서울 파라스파라 운영사인 정상북한산리조트 등 새로운 대형 고객을 확보한 점도 실적을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UBS는 3조 2318억 원 규모의 거래를 이끌며 2위에 올랐다. 거래 건수는 2건에 불과했지만 단일 딜 규모가 커 순위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2조 3000억 원에 인수한 거래에서 매각 자문을 맡았던 것이 주효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이 IMM크레딧솔루션(ICS)이 보유한 SK엔무브 지분 30%를 8593억 원에 취득한 거래에도 관여하는 등 글로벌 고객사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 간 거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2조 8826억 원 규모의 거래를 주선하며 3위를 기록했다. 스웨덴계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의 국내 최대 명함 플랫폼 리멤버 인수를 단독으로 주관한 것이 대표적 수임 건이다. 거래 구조가 복잡하고 난도가 높았던 만큼 업계에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회계자문 삼일 압도적 1위
회계자문 부문에서도 삼일PwC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거래 건수는 38건, 총 6조 9301억 원에 달하는 거래를 자문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삼성전자의 플랙트 인수, 에스아이플렉스 매각, 파라스파라 매각 등 조 단위에서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다양한 거래를 자문하며 건수와 금액 모두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삼정KPMG는 3조 3357억 원 규모의 딜에 관여해 2위에 올랐다. 거래 건수는 11건으로 삼일과 차이는 컸지만, 굵직한 제조업 관련 딜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지켰다. 삼성전자의 플랙트그룹 M&A 과정에서 매각 측 실사에 참여해 의미 있는 실적을 쌓았고 현대위아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하일랜드EP의 오리온테크놀리지 매각 등 다수의 PEF 관련 거래에도 관여했다. EY한영은 1조 1910억 원 규모 10건의 거래를 맡아 3위를 차지했고, 딜로이트안진이 7건을 맡아(총 9943억 원) 4위를 기록했다. 현대회계법인은 파라스파라 딜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 회계자문을 맡은 건으로 5위에 올랐다.
◇법률자문 세종 ‘깜짝 1위’
법률자문 부문에서는 세종이 1조 9510억 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하며 예상 밖의 1위에 올랐다. 총 14건의 거래를 맡아 점유율 18.99%를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자회사인 리뉴어스·리뉴원·리뉴에너지충북 등 3곳의 매각 자문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 주효했다. 이외에도 EQT파트너스의 리멤버앤컴퍼니 인수, HD한국조선해양의 두산비나 인수, 스킨푸드 매각, VIG파트너스의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 인수 등 굵직한 거래들을 수행하며 의미 있는 실적을 쌓았다. 서린컴퍼니 매각과 스킨푸드 매각 등 구다이글로벌 관련 거래를 연이어 담당한 것도 순위를 끌어올린 배경이 됐다. 법률자문업계의 ‘거목' 김앤장은 1조 7360억 원 규모의 거래를 맡아 2위를 차지했다. 건수는 5건으로 많지 않았지만 4조 85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거래인 DIG에어가스 매각 자문을 수임하며 향후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율촌은 21건, 총 1조 7300억 원 규모의 딜을 수행해 3위를 기록했다. 건수 면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며 활동 저변을 넓혔다. 태평양은 4위였다. 자문 금액은 1조 6748억 원, 건수는 10건이다. 5위 광장은 5건의 거래에 관여해 9794억 원의 실적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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