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노동계 출신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은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할 수 없는 성격”이라며 신중론을 내비쳤다. 현재 금통위는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비롯해 한은 총재·기획재정부 장관·금융위원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각각 추천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등은 금통위원 7명 가운데 한은 부총재를 빼고 ‘노동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위원 1명을 포함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의원 등은 “금리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서민·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금통위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통위 구성은 그간 학계와 관료 출신 중심이었다. 2004년 한국증권업협회장의 금통위원 추천권이 폐지된 뒤 최근 20년간 임명된 위원(당연직 제외) 31명 중 경제학 전공 교수 출신이 12명(38.7%)으로 가장 많았고, 관료 출신이 8명(25.8%)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재계 출신은 현대차 사장과 삼천리 고문을 지낸 정순원 전 위원 1명(3.2%)에 그쳤다.
노동계 대표성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13%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양대 노총 역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충분히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동자가 아닌 노동조합을 대변하는 것이 과연 노동자 전체의 이해도를 높인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의 성격상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직접 반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황건일 위원 역시 "통화정책은 타케팅 할수 없어 거시전문가가 더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는 모든 경제 주체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집단을 타깃팅할 수 없다”며 “노동계 인사보다는 거시경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금통위원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학계 내 연구 분야를 다양화하거나 노동경제학 등 실증 연구 기반을 넓히는 편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통위에는 노동경제학의 세계적 석학인 장용성 위원과, 노동·교육 연구뿐 아니라 고빈도 미시데이터 분석을 강조해온 이수형 위원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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