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꼬부랭이 “ㄹ”





전라도 하고 부르면

절라도가 네네 대답을 한다

횡단보도 하고 부르면

행단보도가 네네 대답을 한다

선생님이 아무리 잘 불러주셔도

항상 내가 정답이다

연필소녀의 검은 긴 머리가 찰랑찰랑

지우개소년의 색동저고리가 팔랑팔랑

망내야 커피 좀 타온나? 속 탄다

반장 형님의 더 큰 목소리 수업시간이다

-홍순애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처음 한글을 배운 어머니들이 쓴 시집 ‘엄마의 꽃시’에 실린 작품 중 하나다. 받아쓰기를 하느라 진땀 빼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반장은 속이 타도 지은이는 당당하다. 어느 결에 자음동화를 배웠겠는가. 전라도가 절라도 된 건 소리 나는 대로 쓴 것이요, 횡단보도를 행단보도로 쓴 건 선생님 사투리 탓일 게다. 연필과 지우개에서 소녀와 소년 발견하는 눈썰미를 보니, 뒤늦게 연필 잡았지만 천생 시인이다. 어쩔 수 없이 이심전심 불립문자로 살아온 어머니들이 쓴 시편들마다 배꼽 잡게 우습고, 눈물겹다.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