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 인상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동빵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간편한 조리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냉동 베이커리 사업을 키워온 식품 업계의 실적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홈카페와 간편식 트렌드가 맞물리며 해당 시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031440)의 냉동 샌드위치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대표 브랜드인 ‘베키아에누보’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84% 급증했다. 2020년 출시된 ‘베키아에누보 바질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의 매출 성장률은 2023년 46.1%, 지난해 134%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08%를 기록하며 인기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신세계푸드는 외식 수준의 고품질 샌드위치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세계푸드가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냉동 샌드위치 제품은 10종으로, 1만 원 초반대에 3~4개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나 오븐으로 8~9분만 조리하면 프리미엄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며 “급속동결 기술로 원재료의 맛과 식감을 최대한 살린 게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사(145990)의 식자재유통 브랜드 ‘서브큐’는 냉동 형태의 빵 반죽인 냉동생지 사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냉동생지 제품군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7.4%를 기록했다. 삼양사 측은 냉동생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산시설이 이미 최대치로 가동되고 있으며 내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인천2공장에 추가 생산라인도 증설 중이라고 밝혔다.
제품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에 프랑스산 AOP(원산지 보호 명칭) 버터를 사용한 크로와상 냉동생지를 선보인 데 이어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페이스트리 형태의 소금빵 냉동생지를 출시했다. 덴마크의 ‘메테 뭉크’, 스위스의 ‘히스탕’ 등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의 냉동생지를 국내에 들여오며 쿠키와 스콘 등 제품군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냉동빵의 인기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컬리에 입점한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파스키에’의 올해 1~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0% 뛰었다. 현재 컬리에서 판매 중인 파스키에 제품 28종 중 26종은 냉동 제품이다. 대표 상품인 크루아상(6개입)은 약 6500원으로, 개당 1000원 꼴에 불과해 시중 베이커리 제품 대비 4~5배 저렴하다.
한편 빵 가격은 올해 3월부터 8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빵 물가지수는 138.6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4%)의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수행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식빵 100g당 평균 가격 역시 한국이 703원으로 프랑스(609원), 미국(588원), 호주(566원)을 제치고 가장 비쌌다.
업계에서는 빵값 오름세와 함께 냉동빵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냉동 베이커리 시장 규모가 연평균 5%대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934억 원에서 2029년 116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이제는 크루아상 같은 냉동 생지를 넘어 그동안 외식으로만 즐기던 소금빵, 츄러스, 붕어빵 등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냉동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유튜버 슈카의 ‘990원 소금빵’ 논란도 냉동빵 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990원 소금빵 논란은 올 8월 유튜버 슈카가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소금빵과 베이글, 바게트 등을 990원에 판매해 ‘빵값 거품’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고물가 속 높은 빵 가격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촉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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