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비난 공세를 넘어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권고하며 사실상 보복 조치에 착수했다. 일본 산업계에서 중국발 경제 압박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양국 정치권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중국 3대 국유 항공사를 포함한 6개 항공사는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변경 조치를 발표했다. 도쿄·오사카 등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상이며 기간은 15일부터 연말까지다. 이는 중국 당국이 일본 여행 자제 권고를 발표한 직후 나온 조치다. 주일중국대사관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일본 내 중국인의 신체·생명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주장하면서 자국민을 상대로 사실상 일본 여행 통제령을 내렸다. 중국 교육부도 이날 일본 유학 주의보를 추가로 발령했다.
지난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개선 기류가 보이던 양국 관계는 보름 만에 급랭했다. 발단은 다카이치 총리가 7일 중의원에서 역대 총리 최초로 미중 무력 충돌을 상정한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 요건인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공식 언급한 것이다.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온 중국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중국은 발언 직후부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9일 X(옛 트위터)에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글을 올렸고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내며 발언 철회를 압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주중일본대사를 심야에 초치했지만 일본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자 결국 여행 자제령 등 실질적 보복 조치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의 보복 움직임에 일본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관광·유통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중 중국인 비중은 21.5%로 가장 높고 중국인의 소비 금액 역시 3분기 기준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일반 기업들 역시 영향을 체감 중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한 일본 기업 중국 법인은 중국 국영기업과 진행하던 사업 논의가 이번 사태로 무산됐으며 또 다른 기업은 반일 여론을 고려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사 제품 홍보를 자제하기로 했다.
중국은 보복을 전방위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 관영 중앙(CC)TV의 SNS 계정 ‘위위안탄톈’은 딩눠저우 난카이대 일본연구소 교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경제·외교·군사 모든 측면에서 일본과의 교류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일본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최대 40% 감소했고 일본의 대중국 수출도 10% 넘게 줄어든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지금은 냉각기가 필요하며 최악의 경우 사태가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 철회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 모두 최근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으면서 외교적 자신감이 높아져 강경 노선으로 기울었다고 분석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내에서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취임 초기부터 발언을 번복할 경우 핵심 지지층이 흔들릴 수 있어 철회는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센카쿠 사태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양국 관계 속에서 이달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가 직접 만나 갈등 봉합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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