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를 가동하며 내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증액·감액 심사에 나선다.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인 내년 예산안은 728조 원으로 올해보다 8.1%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초특급 확장 재정으로 편성된 예산안을 위해 정부는 110조 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돈 풀기’ 예산과 재정 건전성 훼손 등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경기 둔화 대응과 ‘인공지능(AI) 3대 강국’ 실현 등을 위해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내수 부진을 극복하고 미래산업 활로를 넓히기 위해서는 AI와 국가 연구개발(R&D) 등의 예산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선심성 현금 지원,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보고 삭감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때 권력기관의 ‘쌈짓돈’이라며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0.9%, 내년 1.8%로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현실을 고려하면 재정의 마중물 역할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3년 연속 수십조 원의 세수 펑크를 기록하는 등 국가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에는 51.6%로 올라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설 수도 있다. 적자국채까지 발행해 예산을 늘리면 재정 건전성이 훼손돼 결국 미래 세대의 빚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여야는 예산안을 정밀 심사할 때 현금 살포 포퓰리즘 사업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 유지와 첨단산업 육성, 취약 계층 지원 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예산 심사 때마다 반복되는 지역민원성 사회간접자본(SOC) 증액과 퍼주기 사업은 걸러내고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산업 지원은 과감히 늘려야 한다. 여야 주고받기식 밀실 담합과 실세 정치인의 쪽지 예산 구태도 이젠 끝낼 때가 됐다. 최종 합의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후속 작업을 위한 예산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대승적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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