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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AI 정보에 韓 신뢰 뚝…'데이터 댐' 쌓아 진짜 한국 알린다

■관광공사 '비지트 코리아' 고도화…특화정보 60만건·사진 7만점 개방

1997년부터 전국 단위 관광정보 축적

휴무일·반려동물 동반 여부 등 업데이트

오픈API 통해 인바운드 플랫폼서 쓰고

AI 개발사에 K푸드 등 학습데이터 제공

여행정보 사이트도 직접 운영·혁신 유도

韓 정보 바로잡아 '관광 AI' 경쟁력 높여


“이번 주말에 1박 2일로 강원도 여행을 가려고 해. 날씨 좋을 때 갈 만한 곳과 붐비지 않는 맛집 식당으로 코스 짜줘.”

인공지능(AI)이 일상을 파고들며 여행 문화와 관광 산업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단순한 명령에도 AI는 여행자의 취향과 상황을 분석해 일정을 설계한다. AI가 날씨 변화나 시간대별 혼잡도와 같은 실시간 변수를 고려해 대안까지 제시하는 덕분에 여행자는 정보 탐색에 쏟던 막대한 시간을 아끼고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I가 설계한 일정도 완벽하지는 않다. AI가 추천한 식당에 도착했더니 휴무일이라 헛걸음하거나 반려동물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반려견을 데리고 찾아갔는데 현장에서 거부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AI의 기능이 아무리 고도화해도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관광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AI를 학습시키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달렸다. 정부도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초개인화된 맞춤형 관광 혁신을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에 흩어진 관광 데이터를 통합 수집하는 것을 3대 혁신 전략 중 하나로 천명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관광공사가 관광 데이터 구축과 개방을 담당하는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맡고 있다.

AI가 잘못 만든 중국식의 엉뚱한 비빔밥 이미지.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가 좋은 예시로 제공한 한국의 비빔밥.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AI가 보여준 비빔밥 그림, ‘중국식’이었다


현재 글로벌 생성형 AI의 대부분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AI에 전주비빔밥 이미지를 요청하면 화려한 고명 대신 중국이나 동남아식 볶음밥에 가까운 엉뚱한 이미지를 내놓는다. 북촌 한옥마을을 그려달라고 하면 지붕의 형태가 일본이나 중국식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이는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90% 이상이 영어권 중심으로 편중돼 있고 한국의 진짜 모습이 담긴 고품질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뿐만 아니다. 문서 데이터는 더욱 심각하다. AI가 인터넷상의 부정확한 블로그 정보를 학습해 연중무휴라고 잘못 알려주기 일쑤다. 또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휠체어 접근 가능 여부처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는 세밀한 정보는 아예 누락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반쪽짜리 AI로는 진정한 맞춤형 관광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다.

AI가 잘못 만든 잘못된 한국의 시장 거리.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가 AI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제공한 한국의 전통 시장 거리.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K데이터로 ‘AI 국가대표’ 키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축적해온 관광 데이터를 민간에 전면 개방하며 ‘AI 국가대표’ 육성에 나섰다. 핵심은 9개 언어로 제공되는 관광정보 포털 ‘비지트코리아(VisitKorea)’다. 관광공사는 이곳을 통해 전국 단위의 관광 정보 약 60만 건을 축적했다.

단순히 관광지·식당·숙소 정보만 나열한 것이 아니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반려동물 동반 여행, 무장애 여행(휠체어 접근성 등)과 같은 특화 정보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 60만 건의 데이터는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API(TourAPI)’로 개방됐다. TourAPI는 공공데이터 포털이 개방하는 1만여 종의 정보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20위권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릴 정도로 민간의 활용도가 높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인의 일상 체험을 판매하며 주목받는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이 대표적인 수혜 업체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판매 상품 인근의 여행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관광공사의 영어·중국어 정보를 동기화해 적용했다”며 “데이터 확보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고 차별화된 상품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호평했다.

AI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비디오까지 이해하는 ‘멀티모달’로 진화하면서 공사의 고화질 관광 사진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사는 1973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을 개최하고 최근에는 드론·스마트폰 부문까지 확장하며 다각도의 사진을 확보해왔다. 2023년부터는 각지 사진 전문가들을 ‘한국관광 사진기자단’으로 임명해 지역 명소 사진을 집중적으로 확충했다. 이렇게 확보한 10만여 점의 사진 중 저작권·초상권 문제가 없는 고품질 사진 7만여 점을 선별,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형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학습용 데이터로 제공했다. 가짜 비빔밥 대신 ‘진짜 K푸드’를 AI가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공공 ‘데이터 댐’에 민간 ‘AI 서비스’ 접목


관광공사는 데이터 개방에 그치지 않고 직접 AI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며 민간의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여행 정보 서비스 ‘대한민국 구석구석’ 인터넷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비스 중인 ‘AI콕콕’ ‘AI콕콕 플래너’가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희망 여행 지역, 기간, 테마를 입력하면 AI가 맞춤형 여행 코스를 즉석에서 설계해준다. 이는 공공데이터와 민간 빅데이터가 결합해 성공적인 AI 서비스를 구현한 모범 사례로 TourAPI를 활용할 민간기업들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댐’을 굳건히 구축하고 민간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창의적인 AI 서비스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문선옥 한국관광공사 디지털콘텐츠팀장은 “공사가 세밀하게 설계해 제공하는 관광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이 데이터 확보 부담을 덜고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활발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양질의 AI 친화적 데이터를 지속 확충해 한국형 AI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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