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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 '미포의 기적'…HD현대, 세계 최초 5000척 인도 금자탑

■ 반세기만에 대기록

필리핀 초계함 디에고 실랑함 인도

거래 선주사 68개국 700여곳 달해

상선부터 함정까지 선두기업 굳건

정기선 "다음 5000척 향해 갈것"





지난달 HD현대중공업(329180)은 필리핀 해군에서 발주해 올해 3월 진수한 초계함 2호 ‘디에고 실랑함’을 필리핀에 인도했다. 길이 118m, 폭 14.9m의 최신예 함정인 ‘디에고 실랑함’은 HD현대(267250)중공업이 1974년 원유운반선(VLCC) ‘애틀랜틱 배런’호를 만들어 인도한 후 5000번째로 인도되는 선박이다. 단일 기업이 5000척을 선주들에게 인도한 것은 조선업 역사가 한국보다 훨씬 긴 일본과 유럽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HD현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선박 5000척 인도 기념행사’를 열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 안병길 해양진흥공사 사장,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을 비롯해 울산 동구가 지역구인 김태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는 한국 조선업이 태동한 곳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울산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과 영국 조선소 설계 도면을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금을 확보해 만든 조선소다. 정 명예회장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조선소 건설 및 선박 건조를 추진하며 차관을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처음 만든 선박은 HD현대의 1호 인도선인 ‘애틀랜틱 배런’호다.

이날 기념행사를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진행한 것도 HD현대와 한국 조선업이 탄생한 곳에서 다음에 누적될 새로운 5000척을 계속 만들어가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기념식에서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함께 만든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음 5000척, 또 다른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가 선주들에게 넘긴 5000척 중 HD현대중공업이 절반이 넘는 2631척을 건조한 후 인도했다. 그리고 HD현대미포(010620)가 1570척, HD현대삼호는 799척을 선주들에게 넘겨줬는데 HD현대가 거래한 선주사만 68개국 700여 곳에 이른다. HD현대 관계자는 “선박의 길이를 평균 250m라고 가정하면 선박 5000척의 총길이는 1250㎞에 달한다”며 “이는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의 직선거리(1150㎞)보다 길며 일본과 유럽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유례없는 기록이면서 동시에 앞으로도 다른 조선사들이 달성하기 쉽지 않은 기록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업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유럽과 일본의 경우 5000척에 달하는 대량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사업 구조가 아닌 데다 배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한국 조선소들보다 훨씬 길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발주가 많은 상선 중심이 아닌 크루즈나 특수선 중심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었고, 일본은 역사는 길지만 부침이 심해서 오래된 조선소는 구조조정을 진행해 이미 문을 닫은 경우가 많아 단일 기업 또는 기업집단이 누적 건조량을 따라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수주량은 많지만 수많은 조선소가 나눠 먹는 구조여서 단일 기업으로서 HD현대를 따라잡기는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HD현대가 누적 인도 선박 5000척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조선 기술을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선 수요는 원유운반선에서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친환경 선박 등으로 변화해왔는데 HD현대는 변화의 시기마다 시장의 선두에 있었다. 앞으로는 상선 못지않게 군함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HD현대는 군함 건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주요 군함·초계함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000번째 인도함이 초계함이라는 사실 역시 이 같은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HD현대 조선 3사 간의 선종별 전문화와 블록 공법으로 대표되는 표준화 건조 기술은 선박 대량생산을 뒷받침해 꾸준한 수주와 적기 인도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HD현대가 5000척의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면서 함께 성장한 한국 조선업은 전·후방산업에 활력을 넣으며 경제성장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2021년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대형 유조선에는 약 3만 6000톤의 후판이 사용되며 2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는 5만 톤에 달하는 후판이 사용된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LNG 운송선의 경우 극저온에 견딜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한데 이는 철강 djq체들이 고망간강과 니켈강 등 특수강 개발에 나서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조선 업체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배를 만드는 데 직접 쓰이는 철강뿐 아니라 엔진·기계·도료·통신 등 전방산업은 물론이고 해운·방산·물류 등 후방산업 역시 조선업이 커지면서 동반 성장해왔다”며 “조선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생산 유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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