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위험자산에서 파킹형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주식과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금 등 안전자산까지 이달 들어 조정을 거듭하자 환매조건부채권(RP),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 등 파킹형 상품이 단기자금의 피난처로 부상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관망 심리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대고객 RP 매도 잔액은 18일 기준 103조 9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13일 104조 3484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 이어 연일 역대 최대 수준에 육박한 상황이다. 대고객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소정의 이자를 붙여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으로, 단기자금 운용에 적합한 대표적인 ‘파킹형’ 상품이다. 국공채 등을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통상적으로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 단기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고객이 예치한 돈을 증권사가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인 CMA 잔액도 같은 날 97조 994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CMA 잔액은 이달 4일에도 96조 399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한 뒤 주춤한 흐름을 이어가다 최근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CMA와 함께 대기성 자금의 주요 피난처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이달 들어 220조 원대로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관망세가 뚜렷하다.
반면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5일 88조 원을 넘어섰다가 18일 기준 79조 6615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주부터 이어진 조정 국면 속에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분할 매수에 나섰거나 단기채 ETF 등 안정형 상품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ETF 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됐다. 최근 일주일(12~18일) 동안 KODEX 26-12 금융채(AA- 이상) 액티브 ETF에는 3096억 원이 유입되며 전체 ETF 중 자금 유입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내년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신용등급 ‘AA-’ 이상의 국내 금융채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로, 금리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2346억 원)가 자금 유입 규모 2위를 차지했으며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161억 원), KODEX 단기채권PLUS(822억 원) 등도 자금 유입 상위권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20일(현지 시간) 예정된 미국 고용보고서와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증시 향방이 본격적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이벤트가 마무리되고 변동성이 잦아들 경우 반도체·조선·금융·원전 등 기존 주도 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3배, 나스닥지수도 30배에 근접하면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부담이 높아졌다”며 “그동안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와 주요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클라우드 투자 확대 등 2가지 요인이 증시를 이끌어왔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이 단기간에 약해질 수는 있으나 추세 자체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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