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군은 전국에서 가장 면적(약 82㎦)이 작은 군이다. 행정구역도 1개 읍, 1개 면에 불과해 제대로 된 변호사 사무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이곳 주민들은 법률 자문을 받으려면 인근 청주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증평새마을금고가 선보인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 덕분에 증평 주민들은 수고를 덜게 됐다. 매달 한 차례 금고에서 열리는 변호사와의 1대1 상담을 통해 주민들은 복잡한 채권·채무관계나 부동산 분쟁은 물론 상속·유산과 관련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무료 법률 상담은 우종한 증평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아이디어다. 증평 토박이인 우 이사장은 법률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대전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친동생에게 ‘SOS’를 요청했고 우종현 변호사는 형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 이사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은 단순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서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법률 상담도 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른 아침부터 2시간을 기다려 법률 상담을 받은 고객은 “지인에게 빌려준 돈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는데 상담을 받고 나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금고에 고마움을 전했다.
1984년 증평 장뜰시장 상인이 출자해 만든 증평 금고는 설립 취지를 살려 소상공인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 이사장 취임 이후 금고는 증평군과 손잡고 그동안 은행이 제공해오던 지역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 사업에 동참했다. 저신용·저소득층에게도 안정적인 가계자금을 지원해주면서 취약 계층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오고 있다. 상생 경영 와중에도 과도한 금리 경쟁을 자제하고 내실을 다진 덕에 금고 자산은 최근 2년 새 150억 원 넘게 늘었고 순자본비율 14%를 웃도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증평 금고는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특히 평소 바다를 접할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한 조개잡이 갯벌 체험과 낭만 기차 여행 등이 회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증평군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증평 금고는 이 프로그램에 최근 3년간 1억 원 넘게 지원했다.
우 이사장은 모바일 금융 이용에 서툰 중장년 고객들을 위한 금융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새마을금고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 개발을 통해 청년층으로 고객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m0123@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