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만세 비너스! 여기 생명체 없나요?

만약 태양계에 지옥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금성이다. 오래된 화산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악취나는 부식성 황으로 대기는 질식할 듯하고 산성 구름이 하늘에 형성되어 있다. 태양으로부터 수성보다 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온실효과로 인해 사실상 금성은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들 중 가장 뜨겁고 적도에서 극에 이르기까지 500℃ 이상의 지글거리는 현무암으로 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구보다 90배나 높은 엄청난 대기압을 받으며 존재한다. 지구에 비한다면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생명체가 존재할 리 없다.

“금성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소재 미 항공우주국 아메스 연구센터의 행성학자인 케빈 자늘이 퉁명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특이한 미생물 생태계가 한때 금성에서 확산되어 사실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론을 주장한다. 이런 자유분방한 생각을 하는 과학자들은 동료들이 뇌수종에 걸린 일종의 물 광신론자라고 말한다.

“우주생물학자들이 금성을 무시하는 것은 생명체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실제로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편협한 생각 때문입니다”라고 엘 파소 소재 텍사스 대학의 지구생물학자인 더크 슐츠 마쿠츠는 말한다. 그와 동료인 루이스 어윈이 공동 집필한 금성 연구 논문이 최근 우주생물학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금성에 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부분적으로 지구 생물학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인간의 경험상 액체 상태의 물, 특히 많은 물은 생명체에게 필수적이다. 외계 생명체 탐사 과정에서 우리는 오래 전에 분출된 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화성 표면의 실개천을 발견하고는 바로 지표 밑에 영구 동토층(凍土層)이 존재할 거라고 기뻐했다. 반면 금성은 눈길조차 끌지 못했다. 두텁게 둘러 친 구름으로 인해 가시광선의 75%가 반사돼 버려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관측 대상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과 자금 지원은 결국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화성에로 쏠렸다. 2003년 봄 탐사선 3대가 추가로 화성을 향해 발사되고 머지 않은 미래에 샘플 채집 임무가 실행될 예정이다.

“자원이 제한될 경우 보통 이미 알고 있는 곳을 탐사하게 되죠”라고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행성 지질학자인 로널드 그릴리는 말한다. 이는 밤에 집에 오다가 열쇠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 맨 처음 찾아보는 곳은 가로등 밑이다. 열쇠가 그곳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그곳에 있으면 금방 찾기 때문이다. 우주생물학자들은 화성,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그리고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에 대해선 물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이글거리는 현무암 덩어리인 금성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금성 옹호론자들은 금성에도 많지는 않지만 물이 존재하고 한때 바다로 뒤덮여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는 초임계수가 지하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

지표면이 뜨겁기 때문에 금성인들은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지상 53km의 대기 중층권에 산다. 이곳은 온도가 50℃ 밖에 안 되고 대기압도 지구의 해수면에서보다 낮은 데다 화합물들로 형성된 짙은 구름과 이 구름들로부터 에너지 방출을 가속화하는 다량의 빛이 존재한다.

“이런 얘기는 정설은 아니죠”라며 데이빗 그린스푼은 웃음을 띄며 말한다. 42세의 그린스푼은 콜로라도 볼더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의 행성 과학자로 지구형 행성의 대기 진화에 관한 전문가이다. 그는 금성을 진지하게 살펴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수 과학자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다. “내 생각엔 이 구름들이 금성의 바다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라고 그린스푼이 한 마디 덧붙인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멋진 생각이다. 지옥이 아니라 가이아의 사악한 쌍둥이일 뿐이니까.

금성의 형성 과정
금성에도 초기에는 수억 년 내지 수십억년 동안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동의한다. 그 당시에는 태양이 현재보다 30% 정도 덜 뜨거웠었다. 다시 말해 물의 존재 여부만을 따지는 사람들도 금성이 한때는 생명체 서식에 유력한 후보지였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40억 년 전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가장 적합했던 장소라면 아마도 금성이었을 겁니다”라고 워싱턴 대학 고생물학자인 피터 워드는 작년 6월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800명이 넘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태양열이 점차 강해지고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인해 열이 갇히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바닷물이 증발해 버렸다. 금성은 온실효과의 한 사례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래 전에 금성에 존재했던 생명체의 증거를 지상에서 찾으려 하면 안 된다. 7억년 전에 대격변이 있었기 때문. 금성의 지각이 온통 갈라지면서 용암으로 모두 뒤덮여 버렸다. 슐츠 마쿠츠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전면적 표면 재편 사건”이었다. 이러한 격변이 있은 후 금성에서 화석을 찾으려는 고생물학자들은 이미 새로 포장된 지 오래된 도로에서 옛 타이어 자국을 찾아내려는 법의학자들과 마찬가지다. “증거는 인식이 불가능하게 녹아서 뭉개져 버렸습니다”라고 자늘은 말한다. 현재까지도 용암들이 정기적으로 흘러 나와 금성 표면을 뒤덮는다.

19세기에 천문학자들은 금성을 밝은 구로 보고 초기 지구처럼 따듯한 늪지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발달된 관측 장비로 금성의 밤이 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과학자들은 질량과 중력, 크기는 얼핏 비슷하지만 과연 그곳에서 생명체가 번식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1962년 마리너호를 필두로 탐사가 시작됐지만 그당시 생명의 흔적을 찾고 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리너호가 스쳐 지나가며 촬영한 영상만으로도 금성의 숨막히는 이산화탄소 대기를 쉽게 식별할 수 있었다. 정기적인 근접 촬영과 궤도 선회선, 탐사선과 착륙선 발사가 잇따라 1978년 파이오니어호를 비롯해 16기의 소련 베네라 우주선들이 보내졌다. 하지만 이들중 상당수의 우주선들이 예상대로 금성의 엄청난 압력이나 높은 온도 등의 이유 때문에 파손됐다. 탐사선을 보낼 때마다 금성은 점점 더 금단의 땅처럼 보였다. 파이오니어호를 통해 침식성 높은 황산 구름이 50km 상공에 존재한다는 게 밝혀졌고, 1994년 마젤란호에 의해 금성 표면으로 지글거리는 용암이 흐르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 암울한 탐사 보고서에서 예외적인 사례들이 발견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금성 표면 또는 상공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최초의 단서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일까?
데이빗 그린스푼은 멋진 금성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그는 교수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이 앞다퉈 듣고 싶어하는 수업을 지도하는 멋진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평이한 영어를 사용한다.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하는 그는 개인 웹사이트 funkeyscience.net을 운영하는데, 이곳에는 행성 대기에 관해 그가 쓴 기사들 목록이 올려져 있다.

그는 1997년 모습을 드러낸 금성이라는 저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금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무턱대고 주장을 펴다가 책 끝부분에 가서는 반쯤 확신을 하게 되었다.” 편집자에게서 곧바로 항의가 왔다. “그 내용을 넣느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그린스푼은 말한다. 하지만 일반 독자용으로 책 뒷부분에 끼워넣은 이 작은 섹션으로 인해 금성에 관한 논쟁이 학술 전문지들에 게재되기 시작했다. 그는 곧 출간될 자신의 저서 외로운 행성들에서 이런 논의를 더 확장해 보인다.

그린스푼과 동료들은 대부분의 지구 생명체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작년 한 논문에서 슐츠 마구치와 어윈은 금성 생명체 존재론을 현재 상태와 같이 구체화했다.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름알데히드와 황, 에너지를 생산하는 다단계 과정을 거쳐 미생물이 금성의 대기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게 가능하다. 금성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낮은 것은 이런 반응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황 영양순환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소모되어 없어졌어야 할 특정 종류의 황들이 계속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불균형 상태는 무언가가 에너지를 순환시스템에 공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구상에서 산소대 이산화탄소 비율이 평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이런 가스들이 지속적으로 생성되어 생물들에 의해 흡수되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태양계 조사를 위해 분광기를 사용하려고 준비중인 우주생물학자들은 비정상적 화학 현상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존재한다면 이 미생물들은 1979년 파이오니어 탐사선에 의해 포착된 이상한 기록을 설명해 줄 단서가 될 것이다. 대기를 뚫고 조사를 하던 중 파이오니어호는 당시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커다란 비구형 물방울들을 탐지했다. 모듈 3이라는 이 물방울들은 직경이 0.001인치로 금성의 대기에서 발견되는 다른 종류의 물방울들보다 현저히 큰데다 다른 작은 물방울들과는 달리 지구상의 미생물들과 크기가 비슷했다. 원격 센서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이 물방울들의 바깥층은 70~80%가 황산이고 20~30%가 물이었다. “이것은 물과 에너지, 영양분이 공급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라고 그린스푼은 말한다.

이곳 지구상에도 유사 사례가 있을지 모른다. 최근 지구에서 발견된 극한미생물들은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체들인데 깊은 동굴이나 해저 구멍들에서 황화합물을 먹어치우며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런 황 소비 미생물들이 최초의 지구 생명체였다는 이론을 제기한다.



또다른 금성 생명체 존재 이론은 금성의 대기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Y자와 C자 모양의 띠들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 띠들은 1974년 마리너 10호가 금성을 근접 촬영했을 때 지상 60~70km 지점에서 처음으로 뚜렷이 관측되었는데, 이 띠들이 자외선을 흡수하는 현상을 천문학자들은 설명해 내지 못했다. 이 자외선이 미생물들에 의해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린스푼은 가정한다. 금성의 미생물들이 흡수하며 번식하는 강렬한 자외선의 온도를 견뎌낼 만한 미생물이 지구상에서는 아직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린스푼은 금성 구름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부드러운 가시광선 대신 자외선을 이용해 광합성 하는 방법을 찾아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금성의 다른 특이한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성 자체는 자전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 지구 날짜를 기준으로 한 번 자전하는 데 243일이 걸리기 때문에 생명체가 다음번 동이 트기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지만 위쪽 대기권의 자전 속도는 지상보다 60배나 빨라 4일이면 한 바퀴를 돈다. 금성 생명체 존재 주창자들에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금성 표면에서의 밤은 길지만 구름에서의 밤은 짧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자외선 흡수 미생물들은 금성 대기의 높은 곳에 띠가 형성된 이유 뿐만 아니라 대기의 초고속 자전 현상도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자외선 흡수 미생물들은 뚜렷한 온난, 한랭 전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선들로 인해 대류가 발생하고, 급격한 기압 변화로 대기층의 초고속 회전이 가속화 된다.
그리고 이런 멋진 환경이 형성되면 미생물이 생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대기층 자전이 빨라질수록 밤이 짧아져 생명 공급원인 자외선 없이 지내야 하는 시간도 짧아진다. 이는 지구에서의 삶처럼 멋지면서도 불안해 보인다. 미생물들이 대기를 회전시키고, 회전하는 대기는 미생물이 번성할 수 있게 해 준다. 결국 꼭 사악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지구의 쌍둥이 별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맞는 것일까? 저명한 우주 생물학자인 페니 보스톤은 금성 생명체 주창론자는 아니지만 자외선에 노출된 곳의 생물체들이 유해광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특별한 색소를 만들어내 미생물 내부의 엽록소 같은 세포기관에서 유해광선을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뉴멕시코 광산 기술 연구소의 동굴 및 카르스트 지형 연구소장인 보스톤은 지구상에도 이런 전례가 있다고 말한다. 고산 지의류 식물들에도 이런 방어 색소가 있어서 자외선을 흡수한 다음 이를 에너지가 더 낮은 파장의 광선으로 재방출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과정을 보여 주는 비유기물의 예가 데이 글로 페인트이다.

특히 특정 지역의 미생물들은 자외선에 의한 DNA 손상을 치유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슈퍼 버그 박테리아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수준보다 3천배나 강한 방사능에 노출돼 수백 조각으로 분리된 DNA도 재조합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슐츠 마쿠쉬와 어윈은 미생물들이 자외선을 이용해 금성 대기에 존재하는 황을 직접 산화시키는 독특한 방식으로 광합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게 되면 자외선을 덜 위험한 파장의 빛으로 변환하거나 클로로필을 생성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와 반대일 수도 있다. 미처 발견 못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유혹을 느낄 만큼 매력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행성 과학자들은 금성 표면이 너무 황량하고, 대기는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가 존재하기에도 공기가 너무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비판론자들은 왜 생명체가 지구를 놔두고 금성의 구름에서 번성하겠냐고 묻는다. 극한생물을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도 회의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동물학자이자 극지 생활 : 극한 환경에서의 미생물들의 저자인 데이빗 와튼은 “박테리아가 그런 조건에서 번성하기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이런 의견은 동결과 해빙 과정을 거치며 살아가는 남극의 미생물들을 연구하는 과학자로부터 나온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번성하는 것과 동면 상태로 살아남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라고 와튼은 말한다. 일반적인 극한생물들이 황산 구름 속을 떠다니며 자외선과 유해 물질들을 처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향후 금성 탐사 계획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금성 문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머지 않아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이 세 번째 행성에서 발사된 탐사선들로 북적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주선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상세하게 금성을 촬영해 전송할 것이고 최소한 유럽 우주국의 비너스 익스프레스호와 일본의 플래닛 C호는 금성 대기의 비밀을 푸는 데 주력할 것이다. 즉, 왜 대기가 초고속 자전을 하고, 지표면과 외계와는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아내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금성 생명체 존재론자들이 갖고 있던 숙제들이 상당수 풀릴 것이다. 어느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생명체 존재 유무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지도 않겠지만, 중요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이 탐사 계획의 예산 담당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미국 과학학술원은 최근 학술원 산하 우주연구위원회를 통해 미 항공우주국에 금성 표면에 착륙해 먼지와 화산암을 분석차 채집해 오도록 요구했지만 이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소련 베네라 착륙선의 평균 작동 수명은 한 시간이 채 못된다. 그러나 학술원은 6억5천만 달러짜리 금성 내부 탐사선 VISE가 화산암에 구멍을 뚫어 샘플을 채취한 뒤 이를 지표보다는 덜 뜨거운 대기권 위쪽으로 운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학술원 위원회는 분석을 수행할 장비들을 착륙 탐사선 내부에 갖춘 채 탐사선이 안전한 고도에 도달할 때까지 봉인해 둘지 여부는 지정해주지 않았다. 착륙선과 장비를 실은 높은 고도상의 기구를 엔지니어들이 조종해 격렬한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금성의 대기권에서 랑데부시켜야 할 지도 결정된 바 없다. 현재 구상대로라면 VISE의 임무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채취된 샘플을 통해 생명체의 존재가 밝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슐츠 마쿠치와 어윈은 보다 직접적인 접근법을 개발해냈다. 이들은 1999년에 발사되어 2004년 와일드 2 혜성 꼬리 부분에 접근하기 위해 비행중인 탐사선 스타더스트호를 모델로 한 방식을 제안했다. 스타더스트호는 얼음과 먼지로 가득한 혜성의 꼬리 부분에서 태양계 밖 물질의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회송하게 된다. 슐츠 마쿠치와 어윈은 이와 유사한 탐색선을 금성 대기에 통과시켜 황을 이용하는 생물체의 서식 가능성이 높은 신비한 모드 3 입자들을 채집하려고 한다.

한편 그린스푼은 금성 탐사에 관해 미국내에서 광범위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계속 노력중이다. 현재 미 항공우주국에서는 금성에의 접근 통과 비행만을 계획중인데, 이나마도 다른 행성 탐사를 위한 우회로 확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작년 9월 그린스푼은 미 항공우주국의 제트 추진 실험실 과학자들과 만나 탐사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는 금성 생명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했는데 모두들 경청을 했다고 말한다. 그린스푼이 인정하듯 “우주생물학적 목적만으로 금성 탐사를 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종합적인 탐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다. 그린스푼은 금성 화산 둘레의 띠들을 연구하고 싶어하는데, 이 띠들이 이끼류 식물에 의해 형성됐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들은 이 띠가 탐사선이 착륙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탐사선내의 현미경으로 구름 입자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숙제를 푸는 데 큰 진전을 볼 수 있다.

향후 수십년간에 걸쳐 탐사선들이 금성과 화성으로 몰려갈 경우 생명체 존재 증거에 대한 논쟁과 더 많은 자료를 채집해 오는 데 소요될 자금 규모에 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금성 생명체론에 회의적인 사람들조차 인정하듯 그린스푼과 같이 열정적인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미 항공우주국의 신임 우주생물학 책임자인 브루스 러네거는 “우리가 우주생물학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려면 태양계내 생물체에 대한 기존 관념을 넘어서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인정한다. 금성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