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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의 정신을 기리며 1903-2003

지난 세기 동안 인간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취는 바로 공기보다 무거운 ‘동력 비행기의 발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에이즈 등 갖가지 재난들로 얼룩진 어두운 이 시대에 인간의 위대한 성취들을 되돌아보는 것은 위안과 유쾌한 기쁨을 맛보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 지(誌)는 장장 8개월 간의 장기 특집을 기획했다. 오늘날 엄청나게 다양한 항공기들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라이트 형제가 키티호크 호로 이룩한 인간승리 이후 가능해진 그 밖의 여러 가지 것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파퓰러사이언스의 전통에 따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진행될 기술적인 발전에 관해 점쳐보는 시간을 가지고, 11월에는 전체 특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라이트 형제 100주년 기념 특집의 테마는 ‘혁신, 영감, 용기, 경쟁심, 영광 그리고 하늘을 나는 짜릿한 즐거움’에 관한 것이다.

작업실에서 로켓을 만드는 몽상가들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린드버그는 2만 5천 달러의 상금과 영예의 부푼 꿈을 안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최근 시작된 X 프라이즈(X Prize)는 우주 관광산업에 혁신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에게 1천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경합이다. 이 경쟁에 뛰어든 참가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위험스러운 시합의 뒤편에 있는 비전가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버려진 단품들, 조립을 기다리고 있는 부품들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가득 메운 댈라스의 한 허름한 창고. 이곳에는 여기저기서 모인 아마추어 로켓 과학자 몇몇이 21세기의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the Spirit of St. Louis; 1927년 린드버그가 타고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기 이름)’를 꿈꾸면서 비행기의 알루미늄 스킨 구조를 연구 중이다. 이 날은 을씨년스러운 1월의 토요일 밤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된 시점에서 이들은 탈출용 해치의 크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의 모습을 닮은 마네킹이나 인체의 여러 치수들이 적힌 표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팀의 일원인 러셀 블링크(Russell Blink)를 활용한다. “어이, 러스(러셀의 애칭), 무릎을 꿇고 좀 앉아 봐.” 블링크에게 명령이 떨어진다.

블링크는 야구 포수의 폼으로 쭈그리고 앉는다. 그러자 조셉 라그라브(Joseph LaGrave)가 건축업자(실제 직업이 건축업자다)들이 들고 다니는 두툼한 접이식 줄자 같은 것을 꺼내 든다. 사실 이 아마딜로(Armadillo) 항공우주 팀의 어느 누구도 항공우주 분야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블링크와 필 이튼(Phil Eaton)은 진동식 삐삐를 생산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팀에서 로켓에 관한 지식이 제일 뛰어난 사람들이다. 이 팀의 첫 시험 비행체를 만든 밥 노르우드(Bob Norwood)는 독특한 개성의 페라리를 주문제작하는 일을 한다. 아마딜로 팀의 창설자 존 카맥(John Carmack)은 소프트웨어의 귀재로서 역대 최고의 히트 컴퓨터 게임이었던 ‘둠과 퀘이크’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이 팀은 금년 말까지 인간을 우주 공간으로 올려보낼 계획이다. 오하이오주 데이톤 출신의 자전거 수리공 두 사람(라이트 형제)이 세상 사람들한테 하늘로 날아오를 방법에 관해 한 수 가르쳤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마딜로 팀은 X 프라이즈(개인 자금으로 유인우주선을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리는 최초의 팀에게 지급하기로 되어있는 상금)를 노리는 20여 팀들 가운데 하나다. 우승을 하려는 팀은 한명의 성인이 탑승한 3인승 유인 우주선을 100km 상공까지 쏘아 올려야 하며 2주 내에 같은 과정을 반복해 보여야 한다. 기술적 견지에서 볼 때 X 프라이즈가 마냥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1961년도에 우주비행사 알란 셰퍼드(Alan Shepard)가 해 보인 짤막한 우주여행을 반복해 보이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견지에서 볼 때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셰퍼드가 우주 공간에 올라간 최초의 미국인이 된 후 40년이 지난 지금, 우주왕복선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재발사가 가능한 우주비행선이다. 그러나 현재 우주왕복선은 너무나 복잡다단하며 그 기술이 매우 구식이다. 게다가 한번 왕복여행을 할 때마다 대대적인 유지보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1회 발사 비용 5억 달러라는 매우 엄청난 금액이 소요된다.

X 프라이즈는 2주 내에 두 번의 비행을 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우주여행을 항공기 여행처럼 일상화할 수 있는 저비용 우주선(저렴한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의 개발을 촉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우주탐사 관련 하드웨어를 독점하고 있는 보잉과 록히드 마틴과 같은 거대 기업들은 중산층 사람들을 우주 공간에 올려보낼 수단 탐색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X 프라이즈’ 지지자들은 1천만 달러의 상금이면 사고방식이 틀에 박히지 않고 실행이 빠르면서 모험정신이 투철한 사업가들이 일반대중용 우주왕복선을 제작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1996년 X 프라이즈 상금 제의 이래 비행기술의 천재 버트 루턴(Burt Rutan), 미사일 선구자 밥 트루액스(Bob Truax), 아마추어 로켓 기술자, 광적인 매니아들을 포함하여 20여개 팀 정도가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32세의 카맥은 1991년 ID 소프트웨어 사를 공동 설립하여 낮 동안 자신의 회사에서 업무를 본다. 그러나 X 프라이즈 경쟁이 그 열기를 더해가면서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아마딜로 프로젝트에 쏟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 정도를 쏟아 부을 생각이다. 그가 기울이는 노력에 비하면 1천만 달러라는 상금이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이 상을 받으려고 평상시와는 좀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돈 쓰는 일을 그리 쉽게 결정하지 않았을 상황에서도 모든 결정을 신속히 내렸습니다. 그래도 페라리 F50에 70만 달러를 쓴 것을 생각하면 이건 별 것 아닐지도 모르죠.”

어쨌든 카맥은 적어도 회사에서 받는 급여에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아마딜로 팀은 모두 자원 봉사자들. 이번 토요일 저녁 용접 전문가 블링크는 몇 주 후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릴 예정인 높이 3.3m 짜리 축소 모델용 엔진 벌크헤드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매만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건축업자 라그라브는 체인 호이스트를 가지고 동체 맨 위에 거대한 금속 받침접시의 위치를 잡고 있다. 이 받침접시는 앞으로 쏘아올리게 될 실제 크기의 비행체에서 가장 위에 위치하게 된다. 블링크가 공동 소유주로 있는 호출기 회사의 서비스 센터 옆에서는 카맥이 데이터 수집 장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닐 밀번이 커다란 플랜지를 들고 표정 없는 얼굴로 걸어 들어온다.

숀 코너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밀번은 NASA에 첨단 압축기를 공급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아마딜로 팀이 제작해야 할 부품 대부분은 모두 밀번의 몫이다. 방금 엔진 테스트 스탠드의 한 부분인 플랜지를 한 업자가 맞지 않는 규격으로 제작했다. “이거 272 kg 짜리가 아니라 135 kg짜리 잖아.” 밀번이 카맥에게 말한다. “뭐야?” 카맥이 소리를 지르고는 작업실로 달려간다.

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마딜로 팀은 엔진을 태워먹은 것으로부터 ‘비행 테스트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이들은 벌써 창고 뒤편의 주차장에서 유인 착륙장치를 띄워보기까지 했었다. 이 장치는 겨우 6초 후 최고 1.8m의 높이에서 다시 내려오고 말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이 시험비행에서 착륙장치의 놀라운 체공 능력이 입증되었던 것. 이 체공 능력은 카맥이 프로그램한 컴퓨터 제어 방식의 차분-추력(differential-thrust) 시스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높은 곳에 있는 저 친구들 말이에요, 국방부나 NASA 그리고 보잉 사람들,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X 프라이즈가 우리 것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우린 사람을 우주 공간에 올려놓고 말 겁니다. 암 하고 말고요.” 밀번의 각오다.

X 프라이즈를 창설한 피터 다이아맨디스(Peter Diamandis)는 MIT와 하버드 의과대학교 졸업생으로서 우주여행의 신봉자이다. 그는 41세의 나이에 몇 번 우주 관련 창업을 했다가 실패한, 그리고 몇 차례의 성공도 이루어낸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는 스페이스 어드벤처 회사를 공동 창립하였다. 이 회사는 러시아 우주선에 데니스 티토(Dennis Tito)와 마크 셔틀워스(Mark Shuttleworth)를 태워 궤도로 올려보낸 건을 중개하였던 회사. 다이아맨디스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전도자로서 그 설교가 아주 열정적이며 이야기를 하다가도 마치 발사대에서 막 올라가는 로켓처럼 의자에서 벌떡벌떡 일어난다. “우주 관광은 일년에 수천 차례의 발사의 잠재성을 지닌 유일한 시장입니다.” 그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있는 사무실 겸 집에 쌓아둔 우주 관련 물건들 사이로 왔다 갔다 하며 말한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항공사들이 지금 하고 있듯이 정기적으로, 그리고 저렴하게 우주 공간으로 관광객들을 올려보낼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하여 우주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1994년 다이아맨디스는 노후화되어 가는 우주 비행체들을 대체할 수단을 개발하는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린드버그가 당시에 2만 5천 달러의 오티그(Orteig) 상을 받으려고 인류 최초로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상을 받은 것이 대형 항공업체가 아니라 그 용기와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독창성이 돋보인 무명의 팀이었다는 사실에도 착안하였다. 아마도 그는 우주여행의 상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75년 전의 방식을 지금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다이아맨디스는 X 프라이즈의 규칙을 정하면서 기준을 높여 아무나 덤벼들지는 못하도록 하면서도 비전을 꿈꾸는 사람들을 쫓아낼 정도로 지나친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다. 그는 사람을 우주 공간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즉각 인정했다. 마치 “라이트 형제에게 대서양을 건너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했다. 중력과 구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우주 궤도에 도달하려면 비행물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선회해야 하며(예를 들어 우주왕복선은 시속 2만8천km에 달한다) 적어도 160km의 고도에 도달해야만 한다. 강력한 엔진과 정교한 항법제어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X 프라이즈가 정한 100km 고도(셰퍼드가 이룩한 도달 고도이기도 함)의 준 궤도 비행은 비교적 간단하다.

X 프라이즈 경합자들은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방식을 시도해 보고 있다. 즉, 활주로로부터 수평으로 이륙하는 방법, 바다에 뜬 선박에서 수직으로 올라가는 방법, 비행기를 이용하여 올라가는 방법, 고층 대기권으로부터 발사하는 방법, 심지어는 기구로부터 발사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NASA의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 우주선들이 증명해 보인, 그리고 아마딜로 팀이나 그 경쟁자 대부분이 선호하는 가장 간단한 기법은 수직 이륙을 하여 낙하산의 도움을 받는 착륙을 하는 방법이다. 우주인을 태운 캡슐을 로켓에 장착하고 우주 공간 근처까지 올라갈 연료를 탱크에 가득 채운 다음 수직으로 세워놓고 점화선에 불을 붙인다. 엔진이 힘을 잃으면 모멘텀을 상실한 로켓은 이륙한 지점에서 멀지 않은 지구상의 장소에 예측 가능한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예를 들어 셰퍼드의 우주 비행은 16분 계속한 후 출발 지점으로부터 약 500km 떨어진 곳에 낙하했다.

다이아맨디스는 1천만 달러의 상금이면 알짜배기 두뇌들이 관심을 가질만하며 우주산업 전문 대형업체들은 관심을 갖지 않을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자기가 내건 상금을 오티그(Orteig) 상금의 후속 프로젝트라 표방하고 나섰으며, 린드버그와 함께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기인 세인트루이스와 이름이 같은 세인트루이스 시(市)의 사업주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 밖의 투자자로는 소설가 톰 클랜시, 린드버그의 손자 에릭이 포함되어 있다. 1천만 달러의 상금은 2004년까지 보험에 예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아맨디스는 2004년 경에는 상금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X 프라이즈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매우 많다. 설사 이 상금을 타게 되는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우주 공간에 올려보낸 우주선을 통해 얻는 것은 기껏해야 빠르고 조잡한 (그리고 위험한) 관광여행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도 이와 같은 비행 물체를 타고 우주 공간에 올라가고자 할 사람이 있을 경우에 말이다. 몇몇 조사 결과를 보면 저 궤도 비행에 1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지불할 사람들이 수천 명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액을 내는 사람들은 우주 관광을 하면서 상온핵융합 환경에서 갖가지 음식을 즐기고 거기다가 갖가지 멋진 걸 즐길 생각이지만, 그것은 아직 먼 시대의 일이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우주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헨리 허츠펠드는 “우주 관광은 굉장히 긴 앞날을 내다보는 명제”라며 조소한다.



X 프라이즈에 덤벼든 팀들은 아직 사람들에게 이렇다 할만한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7개국 24개 팀 가운데 적절한 자금 지원(다이아맨디스는 비용이 200만 내지 2천만 달러 정도 들 것으로 보고 있다)은 고사하고 비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지닌 팀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몇몇 팀이 기껏 ‘의문스러운 것’으로 보이는 수준의 기술을 내보일 뿐이다. 다이아맨디스는 “’우리는 반중력 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개발을 위해 자금 지원만 좀 해주신다면 말입니다.’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일주일에도 서넛씩은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다이아맨디스가 내건 1천만 달러에 도전할 만한 모양새를 갖춘 팀은 불과 몇몇에 불과하다. “이 상을 받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사람들이 분명 많습니다.” 게리 허드슨의 말이다. 그는 한 단계로 우주궤도에 올라갈 수 있는 재사용이 가능한 로튼(Roton) 발사체의 야심찬 개발 프로젝트(2000년에 자금 부족으로 중단)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이다. 이렇게 덧붙인다. “제 아무리 기술성이 뛰어나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이 X 프라이즈에 관하여 모두들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버트 루턴(Burt Rutan)을 꼽고 있다. 그는 1986년 보이저 호의 논스톱 세계일주 비행을 이루어낸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캘리포니아 모하비에 있는 그의 회사 스케일드 컴파짓(Scaled Composites)은 로튼을 포함한 우주선들의 부속품을 생산했던 회사이다. 그의 계획 가운데는 궤도 진입용 비행선(11.2 k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자신의 고공 비행용 항공기 프로테우스(Proteus)도 그 중 하나)을 고공에 보낸 다음 수직으로 방향을 잡아 자체 장착된 로켓으로 우주 공간에 진입하는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다. “우주비행이 새로운 항공기의 개발보다 덜 위험할 겁니다.” 민간 항공기들이 초기 여러 해 동안 많은 치명적 사고들을 겪었던 것을 지적하며 그는 말한다.

물망에 오르는 후보자들 가운데 루턴을 제외한 사람들은 항공우주 전문가들과 아마추어 로켓 연구가들의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 가운데는 NASA에서 퇴직한 사람들로서 일부는 휴스턴에서 애드벤트 론치 서비스(Advent Launch Services)라는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메탄 연료를 사용하는 저비용 모터를 추진하고 있다. NASA는 메탄과 같은 저급 연료를 쓰려면 엔진의 덩치가 비현실적으로 커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와 같은 접근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 않으나,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모터가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주왕복선에 물체를 실어 우주궤도에 올려보내는데 0.45kg 당 1만 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우리는 그것을 0.45kg 당 10달러의 비용에 이룩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쏘아올리고자 하는 장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절충하여 만드는 통합 시스템입니다. NASA와 같은 기관은 절충안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지요.” 전직 존슨 우주센터(Johnson Space Center)의 엔지니어였던 짐 애커먼(Jim Akkerman) 사장의 말이다.

한편, 아마추어 로켓 연구가들은 에스테스(Estes) 조립 키트로부터 출발해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현재 대기권으로 수만 킬로미터 쏘아 올릴 수 있는 (조잡한 형태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의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X 프라이즈 상금을 타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랜다 밀리런(Randa Milliron)의 말이다. 그녀는 그루먼 앤 제네럴 다이내믹스(Grumman and General Dynamics)의 엔지니어였던 남편 로데릭(Roderick)과 함께 인터오비털 시스템(Interorbital Systems)이라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모하비의 로켓 관련 회사로서 현재 X 프라이즈 경합자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랜다는 아마추어들이 지금까지 사람을 비행물체에 실어 올려보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번에 경합 중인 팀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그저 뚝딱뚝딱 부품들을 조립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시도 과정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겁니다.”

X 프라이즈의 경합자들 가운데는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에 관해 운명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사고가 일어나면 일반 대중들이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으리라는 지적에 다이아맨디스는 의자에 풀썩 주저 앉으며 말한다. “이런 정도의 일을 하는데 어찌 위험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캘리포니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서부 개척을 하면서 수만 명의 선조들이 목숨을 바친 덕택이지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서부 개척에 맞먹는 일입니다. 지구 상에서 우리에게 귀중한 자원들 거의 모두 - 광물들, 에너지, 땅 등등 - 가 우주 공간에는 무진장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에게 무한한 부(富)를 갖다 줄 프론티어를 개척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블링크는 나사산이 만들어진 황동과 스테인레스 조각이 가득 들어있는 접시 하나를 살핀다. 이 조각들은 관 이음 작업을 하다가 잘못돼 버려진 물건들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렇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블링크가 변색이 된 황동 실린더 하나를 내던지며 입을 연다. “이것은 시험 도중 타버렸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스테인레스 두 조각을 나사식으로 틀어 맞추어 평평한 뚜껑이 달린 금속 버섯 모양의 물체를 만들어 보인다. 이것이 아마딜로 팀 로켓 엔진의 핵심부 - 연소실과 노즐-이다. 그는 “그저 아주 단순하지요.”라며 씩 웃었다.

몇 년 전 블링크는 과산화수소(H2O2)를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 엔진을 시험해 보기 시작했다. 과산화수소는 특별히 효율적인 추진연료는 아니나 액체 산소보다 다루기가 쉬우며 고체 연료보다 유연성이 좋다. 과산화수소는 엔진의 연소실로 흡입된 후 은과 강철을 혼합한 체를 통해 여과된다. 여과 과정에서 각 과산화수소 분자의 잉여 산소원자를 걸러내며 수분을 만들어낸다. 이 수분은 가열되어 증기로 변한다. 증기와 새로 만들어진 산소 가스는 배기 노즐을 통해 빠져나가며 추력을 발생시킨다.
블링크는 과산화수소를 연료로 하는 모터를 개발하기 위해 아마추어 론치페스트 (launchfest - 연방항공국의 관리를 받아야 할 정도의 강력한 로켓을 대기권으로 쏘아올리는 로켓 애호가들의 모임)의 한 사람인 이튼(Eaton)과 협력하고 있다. 로켓에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3% 혼합 과산화수소 대신 90% 응축액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이 로켓용 과산화수소를 보유할 만한 여력이 없다. 따라서 자신들만의 연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증류기를 설치했다.

카맥은 퀘이크 개발 도중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Heinlein)의 소설들을 읽고서 로켓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몇 년 전 우주 프론티어 재단 (Space Frontier Foundation)이 후원하는 25만 달러의 ‘저 비용으로 우주에 도달하는 방법(Cheap Access to Space)’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상은 2kg의 탑재물을 200km의 고도까지 쏘아올릴 수 있는 민간 팀에게 수여하기로 하였다. 이 제의는 2000년에 수상자 없이 막을 내렸다. 카맥은 CATS 프로젝트에서 물망에 올랐던 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고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음을 보고 차라리 스스로 팀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들을 물색하던 그는 이튼, 블링크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지역 로켓 연구가 밀번을 만났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기로 하여 결국 아마딜로 항공우주 팀을 구성하게 된 것이었다.

현재 이 팀은 카맥의 부인인 캐더린 안나 캉(Katherine Anna Kang) 그리고 캉의 비디오/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서 일하는 매튜 로스(Matthew Ross)를 포함해 8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딜로 작업실의 분위기는 유쾌하며 상호 평등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는 카맥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컴퓨터 업계 출신인 그는 실제 시험을 끝도 없이 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굉장히 많은 팀들이 1년씩 우주선 하나에 매달려 있다가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폭발해 버리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늘 시험을 합니다. 대개 아마추어들은 도화선에 불만 붙이고는 겁이 나니까 몸을 납작 엎드려 버리죠.”

아마딜로 팀은 이와 같이 엄격한 시험과정을 통해 혼합 로켓 모터를 버리고 그보다 단순한 단일 추진체 시스템을 채택하기로 했다. 우주선 착륙에 사용할 로터 블레이드의 경우에도 그것을 버리고 낙하산으로 비행체의 속도를 늦추어 아코디언 같이 구겨지도록 되어 있는 콘 (cone) 모양의 기수(機首)를 바닥에 대고 털썩 착륙할 예정이다. 그러나 카맥의 영향력은 우주선을 평형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4기의 엔진이 내는 추력을 조절할 컴퓨터 코드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이 팀은 이렇게 하여 공기항력을 2배나 더 가질 수 있는 안정 핀(fin)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소프트웨어와 로켓 연구가 합쳐진 기술입니다.” 블링크는 말한다.

아마딜로 팀 작업실은 NASA의 시설보다는 우주항공 분야 아마추어 애호가들의 창고에 더 가까워 보인다. 초기에 만들었던 착륙선은 지붕 근처에 보관되어 있다. 이것은 약 1년 전 체공 시험 중 추락한 적이 있다. 다행히 사람은 탑승하지 않았다. 3.3 m 축소 모델의 유리섬유 연료 탱크는 블링크의 용접 장치들 곁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7.8 m 길이의 실물 크기 비행체는 번제를 기다리는 거대한 장승처럼 작업실 중간 바닥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면 이 팀은 올해 안에 유인 탑승 시험을 한 후, 2004년에는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발사를 하여 X 프라이즈를 노리게 될 것이다.

X 프라이즈는 그 금액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꿈을 키워주게 될 것이다. 밀번은 “우주 비행사 되기(To Be an Astronaut)”와 “꿈은 살아있다 (The Dream is Alive)”라는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서, “나오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그와 같은 꿈을 성취하기에는 이미 스스로가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이었지요.”하고 말한다. 한편, 그의 동료 이튼은 비행선의 탈출 해치 안으로 조종사의 자리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안에 둔 헬멧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그저 X 프라이즈를 받으려고 이 일에 합류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그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는 하지만 말이지요. 현재로서는 사람을 우주 궤도에 올려보내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제 다음 목표는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는 것입니다.”

필자 프레스턴 러너는 스미소니언 항공 우주 박물관과 LA 타임즈 매거진(LA Times Magazine)을 위하여 우주에 관한 글을 써오고 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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