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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노트를 향한 경주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스피드 세일링은 정체되어 있었다. 풍력을 이용한 모든 선박들 중 최고 속도인 46.52노트는 호주의 3동선 엘로우 페이지스 인데버호가 세운 기록으로 10년이 넘도록 아무도 깨뜨리지 못했다.

스폰서들은 한때 유명했던 스피드 세일링 대회들에서 자금을 거둬들였고, 매년 10월 영국 남부의 웨이마우스 연안에서 개최되는 유명한 세일링 대회인 스피드 위크의 최고 선수들은 돛으로 추진되는 범선의 속도는 다음 번 최고 목표치인 50노트, 혹은 시속 57.5마일에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2004년 11월 15일 이 기록을 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에로우 페이지스를 최신형으로 개조한 맥커리 이노베이션호가 호주의 샌디 포인트 연안에서 시험 운항 도중 찢겨져 버렸다. 50노트를 돌파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바로 이틀 전인 11월 13일 아일랜드의 윈드서퍼인 피니안 매이너드가 프랑스의 한 마을인 세인트 매리스 드 라 머에 있는 1킬로미터 길이의 운하로 들어가 그의 맞춤형 범선으로 평균 46.82노트의 속도로 항해해 11년만에 기록을 약간 경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5개월 후인 올해 4월 10일에는 매이너드호가 다시 한 번 기록을 갱신해 같은 운하에서 평균 48.7노트로 운항하던 도중 잠시 50노트를 넘는 쾌속 순항을 했다. 이번달에 웨이마우스에서 스피드 위크가 재개되면 200달러의 입장료와 돛 추진 배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출전해 0.5킬로미터 코스에서 최고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배의 형태는 요트나 소형 모터 보트, 쌍동선, 윈드 서퍼, 둥둥 떠다니는 욕조 등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다. 1972년 1주일간에 걸친 대회가 시작되었을 때 이 대회는 기존의 범선들간의 대결에 가까웠다.

20년 동안 대세는 1990년대에 최고 기록을 유지해온 쌍동선처럼 여러 명이 타는 대형 범선 유형이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스피트 위크 우승 후보는 단단한 날개돛으로 추진되는 소형 1인승 배이다.

많은 선수들이 초경량 복합재를 이용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범선만큼 비행기를 애용하기도 한다. 한편 윈드서퍼들은 기존의 보드와 돛을 단 콤보형 배를 개조해 오다가 이제는 바람 조절을 최대화할 수 있는 특수 조절된 복합재 돛을 선택한다. 올해의 스피드 위크에 출전할 가장 혁신적인 보트들과 각 보트가 최고 속력으로 우승할 확률을 본지에서 나름대로 예측해 본다.

스웨덴의 비밀

기뢰절단기로 알려졌을 뿐 베일에 싸인 이 수중익선은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한다.

2004년 7월 패러반 스피드세일러는 정식 평가에서 35노트를 기록했는데, 이 스웨덴제 대양횡단 경주용 범선이 상당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재가공된 탄소-에폭시 날개돛을 미처 장착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46세의 항공 기술자로 트램포포일이라는 대양 횡단 보트 제작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알렉산더 살린과 국방성 연구원이자 아마추어 세일러인 38세의 젠스 오스터런드를 주축으로 한 패러반 팀은 홀연히 나타나 이 50노트 경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팀의 이름에 감춰진 비밀은 “기뢰절단기”이다. 이것은 선체에 철사로 부착된 막으로 보트 측면으로 18미터 가량 나가 수면 바로 밑에까지 닿는다. 배가 전진하면 이 막이 팽팽하게 펴지면서 110kg에 달하는 1인승 보트가 속도를 낼 때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오래된 컨셉이기는 하지만 선체와 수중익이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견뎌낼만큼 강한 디자인과 재료가 없이는 고속을 내기에 불가능했었다.

살린과 오스터런드는 신기록을 세울 때까지 이 막의 세부 디자인에 대해 공개하지 않겠지만 살린은 40노트 후반대나 50노트 대의 속도를 내더라도 스피드세일러의 안정성을 유지해줄 수중익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멋진 아우트리거

돛이 용골로부터 9미터 가량 분리된 세일 로켓은 고속 주행시에도 안정을 유지한다.

폴 라센은 보트로 음속을 돌파하는 꿈을 꾼다. 32세의 선원인 그는 1990년대 말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 몇 척에 승선했었다.

그중에는 1998년에 태평양 횡단 신기록을 수립한 브루노 페이론의 익스플로러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호주 사나이는 수상에서 가장 빠른 선원이라는 큰 상을 받는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 때문에 5년 전 그는 세계 최고속 요트 제작에 집착하는 영국인 선박 설계사 맬콤 반슬리를 설득해 그가 만든 최고속 보트를 자신이 조종하기로 했다.

세일 로켓은 반슬 리가 다섯 번째로 만든 쾌속선으로, 스스로가 비로소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배였다. 이 배의 코어는 경량과 높은 강도 때문에 애용되는 케블러 같은 제품인 노멕스를 탄소 에폭시 수지로 덮어서 제작되었다.

길이가 10미터인데도 무게는 190kg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배의 혁신적인 면은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파란 다림질 판에 장부 막대를 직각으로 끼워 맞춘 듯한 긴 선체는 고속 주행시의 안정성을 고려한 모양이다.

돛은 용골로부터 9미터짜리 활대로 분리되어 있다. 이 배의 특징은 용골의 기우는 힘과 돛의 수직 양력이 서로 상쇄되어 바람이 강해져 로켓의 속도가 빨라져도 보트가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일단 보트에 속도가 붙으면 돛이 수면 위로 몇 센티미터 정도 뜨고 용골이 두 개의 작은 수중익으로 파도를 가르며 나아간다.

이 30만 달러짜리 보트는 작년 스피드 위크 대회에 무모하게 출전해서 지금까지 30노트 이상 속도를 내본 적이 없다.

1년간 배에 대한 감을 익힌 뒤 라센과 반슬리는 올 10월 대회에서 보트의 속도를 50노트 이상으로 높이려고 로켓의 부드러운 돛을 단단한 날개돛으로 대체했다.

“30노트는 마치 전투기를 몰고 활주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과 같죠. 50노트는 되야 기체를 뒤집은 채 마하 2로 나는 것과 같죠.”

이륙 준비 완료?

솟아오르는 비행기 날개로 이 배는 날게 된다.

윈드젯 프로젝트 책임자이자 조종사인 28세의 리차드 젠킨스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그의 팀이 설계하고 제작한 탈것으로 육지와 얼음, 물 위에서 최고 속도 기록을 수립하는 일이다.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올해 5월 젠킨스가 네바다주 스미스 크릭에서 시도하려던 지상 최고속 도전은 폭우로 취소가 되었고, 캐나다의 호수들에서 시험을 했던 그의 빙상보트는 한겨울이 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나 다시 기록 갱신을 시도할 수 있다.

다음 번 시도는 수상 기록이다. 수 개월 동안 젠킨스는 대형 연을 이용해 4미터짜리 대양횡단용 윈드젯 보트를 시험해 35노트까지 속도를 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여름 그는 보트의 속도가 40노트에 도달하면 소세지 모양의 연료 탱크가 물위로 떠올라 수중익을 장착한 바람 방향 선체 위로 올라타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연 대신 고정형 돛을 단 채 보트의 추진력이 극대화 돼 신기록을 수립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고정형 돛은 사실상 비행기의 한쪽 날개이다. 날개를 위쪽으로 들어올리는 수평 양력을 발생시키는 대신 바람이 이 돛을 타고 넘어갈 때의 “양력”으로 보트가 앞으로 밀리면서 바람의 세 배 속도로 보트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이 발생한다.

보트 개조에도 불구하고 젠킨스는 그의 설계로 50노트 돌파가 가능해 지상과 수상, 빙상 분야 모두에서 신기록을 세울 거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물 위에서의 작업이 복잡하고 세 가지 탈것을 동시에 제작하느라 예산이 증가했다.

“워터크래프트는 안전 운행을 위해 체이스 보트와 최대 여섯 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젠킨스가 말한다.

“인건비를 지급할 여유가 없거나 우수한 자원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트의 진화 속도가 늦어집니다.”



빅 웨이브 라이더스

윈드서퍼들에게는 본인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피니언 매이너드는 덩치가 크가. 체중이 130kg, 키가 188cm가 넘는 31세의 아일랜드인인 그는 40~50노트의 강풍에서 돛을 조절할 수 있는 소수의 서퍼러들에 속한다. 그는 다른 자질도 갖추고 있다.

바람의 패턴을 정확히 이해하고 야심이 있으며, 담력도 대단하다. 고속 주행도중 보드에서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인내심이 강하다. 바람과 바다의 상황이 좋아 매이너드가 직접 설계한 스피드 세일링용 장비를 들고 나가기에 적합한 경우는 1년중 며칠 되지 않는다.

이런 최적의 시기였던 지난 4월 그는 현재 스피드 세일링 세계 기록인 48.7노트를 수립해 1993년 이후 거의 꿈쩍도 않던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매이너드는 속도 기록을 수집하고 마의 숫자인 50노트를 깨뜨리는 데 전념하는 윈드서핑 전문가들 모임인 마스터스 오프 스피드의 리더이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매이너드나 스피드 위크의 비욘 던커벡 같은 윈드서퍼들이 다른 범선보다 먼저 50노트의 벽을 깨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윈드서퍼들이 48.7노트의 속도를 내도록 개발된 뛰어난 기술 제품들 중에는 바람의 패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비대칭형 맞춤 복합재 돛이 있다. 덕분에 윈드서퍼들은 바다로 나갈 때 물을 젓지 않아도 된다.

매이너드가 최고 기록을 수립한 장소는 프랑스 남부의 프렌치 트렌치라는 운하로 유리 표면처럼 매끄러운 수면이 1킬로미터에 걸쳐 뻗쳐 있다.

그는 이곳에서 겨울과 봄 동안 지내면서 바람을 받아 속도를 높이는 연습을 했다. 윈드서퍼들이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윈드서퍼들이 38노트의 속도를 냈을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었죠,”라고 하와이 소재 네이쉬사에서 매이너드의 돛을 디자인하는 닐스 로젠블래드가 말한다.

“장비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었거든요. 사람들은 겨우 조종하는 법을 배우는 정도였죠. 전 아직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지 않습니다.”

안티드래그 레이서

이 차세대 보트는 두 날개와 수중익을 사용한다.

제임스 맥너턴은 50노트의 속도를 우습게 생각한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사업가인 그는 파트너인 46세의 항공 엔지니어 존 호우스가 7년간 설계해 온 보트 모노포일로 70이나 80노트, 혹은 100노트 정도의 속도는 내야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트를 일단 물에 띄운 후의 얘기이긴 한데, 이 일은 35세의 맥너턴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 일은 시간이 걸립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그는 원래 2005년에 스피드 위크 대회에 참가하려고 했었다. “이런 프로젝트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특히 자체 비용으로 수행할 경우는요.”

맥너턴과 자기 회사의 기술로 항공기 컨셉 시장 확장하려는 호우스는 모노포일을 내년 봄에 출전시키고 싶어한다. 이 보트의 기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보트가 수면과 덜 닿을수록 저항력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이 보트에 속도가 붙으면 1인승용 선체가 수면 위로 30cm가량 뜨면서 활대로부터 뻗어있는 스트레스 저항성 수중익에 의해 바다에 걸린 채 글라이더처럼 날게 된다. “빠른 보트가 아니라 느린 비행기를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호우스가 말한다.

모노포일은 보트 디자인계에서 대단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만약 물에 뜨기만 한다면 기록을 깰 확률이 50%는 된다고 봅니다,”라고 스피드 위크 조정관이자 오랜 경쟁자인 밥 다운힐이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해결됐다고 봅니다. 이제 두려움 같은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만 해결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1미터짜리 모형은 기재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길이 4미터에 무게가 130kg인 완제품이 날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성공할 경우 세 자리 속도까지 장담하기는 했지만 50노트 돌파만으로도 호우스와 맥너턴은 그런대로 만족할 것이다.

50노트 도달 과정

최고 속도: 36노트

크로스보우 II 1976-86

이 보트의 18미터짜리 선체들은 엇갈리게 배치되어 양쪽 돛이 바람을 최대로 받을 수 있다. 이 보트는 10년간 정상을 차지했다.

최고 속도: 44.66노트

윈드서퍼스 1986-93

파스칼 마카[위]는 1986년 38.86노트의 속도를 기록해 범선들을 누르고 우승했다. 티에리 빌락은 1991년 44.66노트를 기록했다.

최고 속도: 46.52노트

에로우 페이지스 1993-2004

호주 연안에서 신기록을 세운 이 3동선은 세 번째 선체에 있는 유인 캡슐로 돛과 균형을 이루며 11년간 정상을 차지했다.

최고 속도: 48.7노트

피니언 매이너드 2004-05

188cm의 키에 체중이 130kg인 매이너드는 강풍에서도 보드를 조절할 수 있다. 인내심도 한몫을 해 그는 기록 수립에 가장 좋은 기상 조건을 6개월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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