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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없는 '임상의학'은 없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석학을 찾아서

“기초의학이 없는 임상의학은 존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의학은 지금 천대 아닌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 생리학 분야의 기초의학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김기환 서울대학교 의과대 교수는 국내 의학계에 임상의학에 대한 편중도가 심각한 실정이라며 기초의학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같은 세태가 연구비 배분 등과 같은 정책적인 분야에서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초의학계의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기초의학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의 관계에서 ‘좋은 의미의 로비’를 해줄 수 있는 대표주자들을 양성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교수는 가상의 인체를 컴퓨터상에 구현하는 ‘피지옴(physiome)’과 관련해서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피지옴의 의학적·산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의 관심도가 미약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말 정년을 앞두고 학자로 살아온 지난 삶을 되짚어보고 있다는 국내 생리학 연구의 대가(大家) 김기환 교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룩한 그의 연구업적을 중심으로 학자로서의 자부심과 보람, 그리고 40년의 내공이 깃든 국내 기초의학계 발전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 교수님께서 기초의학, 특히 생리학을 전공하시게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요.

“고교시절을 보냈던 1960년대에는 성적이 우수한 편에 속하는 이과생들 대부분이 의대나 공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의사가 되고픈 생각에 의대를 선택하게 됐다.
물론 당시에만 해도 의대에 들어가면 당연히 의사가 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기초의학이라는 분야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몰랐었기 때문에 졸업후 의사가 아닌 학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생명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묘미

처음 기초의학을 접하게된 것은 예과를 마치고 본과 과정에 들어가서 였는데 2년간 8~10개의 과목을 이수하면서 기초의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중에서도 기초의학의 기초로 불리는 생리학 분야는 인체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생명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학문적 묘미가 느껴졌다.

특히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 선배들 대다수가 생리학연구실에 있었다는 사실도 생리학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됐다. 당시 연구실 실정은 연구비, 장비 등 무엇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졸업 후 임상의를 포기하고 학자로서 대학원에서 생리학을 전공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연히 의사가 되는 줄로 알고 계셨던 부모님들은 물론 주변의 모든 지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를 들며 기초의학을 선택한 것에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에 비해 금전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그러나 물질적 취약성은 교육과 연구,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보람 등과 같은 정신적 풍요로 극복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결국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부모님과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었다.”

몸속 장기 감정변화에 따라 작동

● 교수님의 연구업적 중 위장관 리듬의 근본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하신 것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장관 운동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TRPM7 이온채널’의 발견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요.

“인체에는 모양과 크기가 다른 약 100조개의 세포들이 존재한다. 인간이 먹고, 마시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들 세포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 우리의 몸속 장기들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박동하는 심장처럼 스스로 리듬을 만들어내며 활동한다.

심장이 박동하는 이유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의학자, 특히 생리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외부자극에 의해 한시적으로 열리는 이온통로(ion channel)를 통해 세포막 외부에 있던 칼슘, 나트륨 같은 양이온들이 세포속으로 들어가면서 유도전류를 발생, 심박동이 조절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위장관(胃腸管) 또한 심장 못지않게 자발적인 리듬 발생이 중요한 기관이다. 정상적인 리듬이 깨지면 기능성 위장관 장애와 같은 질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장관의 경우 ‘카할간질세포’(ICC, interstitial cells of Cajal)가 리듬을 관장한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ICC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전기신호를 발생하는지에 대해선 규명되지 않고 있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해외연구 등을 분석·확인한 결과, ‘TRPM7’이라는 이온채널이 ICC의 자발적 위장관 운동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세워졌다.

운동리듬 깨지면 질병발생

이후 실험을 통해 위장관 조직에 실제로 TRPM7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냈으며 별도로 배양한 ICC에 TRPM7 발현 억제제를 투입하자 위장관 리듬을 만들어내는 ICC의 전기신호도 현저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장관 리듬을 만들어내는 기본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해낸 것이다.”

● 그렇다면 TRPM7 이온채널 발견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입니까.

“인간의 위는 분당 약 3회, 소장은 분당 약 10회 가량 꿈틀거리며 운동을 한다. 만일 이러한 운동리듬이 깨지게 되면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장애가 발생한다.
위장장애로 병원을 찾아가본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과거에는 많은 의사들이 위장장애 환자들에게 ‘기능성 운동장애’라 하여 신경성 질환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사례가 많았다.

의학적으로 신경성 위장관 운동장애란 모든 검사결과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장기들이 정상적인 리듬을 잃고 비정상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뚜렷한 원인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에 정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질환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이다.

결국 TRPM7 이온채널이 위장관 운동을 일으키는 최초 인자(因子)라는 사실을 규명해낸 것은 그동안 원인을 찾지 못해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던 각종 위장관 기능장애 분야에서 새로운 신약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

아직은 TRPM7에만 작용하는 억제물질이나 활성물질들이 발견(개발)되지 않은 상태지만 향후 연구를 통해 이같은 신약후보물질들을 찾아낸다면 위장관의 비정상적인 리듬을 정상화시켜 기능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TRPM7 억제제 및 촉진제의 개발이 가능하다.”

생리학적 통합지식 ‘피지옴’

● 교수님께서는 ‘피지옴(physiome)’ 분야에도 활발히 활동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지옴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십시요.

“수십년전의 의학은 주로 사람 전체나 동물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특정한 물질을 주입했을때 사람에게 어떠한 신체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러나 의학이 점차 세밀화 되면서 연구대상이 몸 전체에서 심장, 위, 간 등 하나의 장기(臟器)를 다루는 것으로 작아졌고 이는 다시 조직, 세포 단위로 정밀해졌으며 지금은 세포 중에서도 이온채널 하나만 연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의학이 거시적(巨視的)에서 미시적(微視的)으로 진화하면서 각각의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으로 인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나타났다. 인체는 세포 하나, 조직 하나가 아니라 이들 모두가 매우 복잡다단하고 불규칙적인 상호관계를 맺으며 다차원적으로 얽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생리학적 지식들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학문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러한 배경속에 생리학적 통합지식을 의미하는 ‘피지옴(physiome)’과 이를 연구하는 학문인 ‘피지오믹스(physiomics)’가 탄생했다.

구체적으로 피지옴은 인체의 세포·조직·장기 등에서 나타나는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상호작용 정보들을 IT기술(슈퍼컴퓨터)을 활용하여 통합함으로서 컴퓨터내에 구축한 가상의 인체 세포·조직·장기를 의미한다. 실제 인체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컴퓨터상의 가짜 인체인 셈이다.

가상인간을 통한 생체기능 예측

현재의 기술로는 세포 하나의 피지옴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지오믹스 연구자들은 가상세포나 가상장기를 넘어 가상인간(virtual human physiome)을 만들어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만일 가상인간이 현실화된다면 인간의 생체적 반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생체기능예측시스템(physiopredictor)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 이러한 피지옴은 의학적·산업적으로 어떠한 중요성이 있습니까.

“피지옴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데 있다. 먼저 피지옴은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신약선도물질) 선정시 정확성을 높여줌으로서 신약개발 성공률을 지금보다 100배 이상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신속한 가상실험으로 전임상 및 임상시험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으며 이에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덧붙여 다양한 형태의 변수와 약물효과를 확인,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검증함으로서 동물 및 임상실험에서 불거질 수 있는 생명윤리적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시켜줄 수 있다는 사실도 좌시할 수 없는 메리트 중 하나이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많은 선진국들이 피지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연간 3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자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간(liver) 분야에만 5천만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 TRP 이온통로란?

초파리 변이체에서 처음 발견된 이온통로(ion channel)로서 빛에 의해 수용체(receptor)의 전압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TRP(Transient Receptor Potential) 이온채널이라 명명됐다.

이 TRP이온통로는 거의 모든 세포에서 세포내로 칼슘을 공급하는 단백질로 작용하여 감각기능을 비롯 혈압조절, 세포의 사멸·분화·증식, 유전자 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TRPM이온통로는 TRP이온통로의 일종으로 주로 암이나 저산소증과 같은 병태생리학적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 있었지만 위장관 리듬에 작용하는 TRPM7을 발견한 서울대 의대 김기환 교수 연구팀에 의해 정상 생리학적 기능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TRP이온통로를 억제 또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들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지만 향후 연구를 통해 이같은 특이물질들을 발견해낼수 있다면 위장관 질환을 포함해 TRP이온통로가 작용하는 모든 인체부위 및 기관에 작용하는 신약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용체 : 세포막이나 세포 내에 존재하며 호르몬, 항원, 빛 등의 외부인자와 반응하여 세포 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

막대한 개발비 낮은 성공률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정부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막대한 개발비용과 낮은 성공률 때문이고 피지옴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반드시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 심장질환에 의한 국내 사망자수가 연간 2만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인공심장의 개발 가능성과 현재의 기술수준에 대해 알려주십시요.

“처음 인공심장이라는 개념이 나왔을 때에만 해도 인간의 심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완전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상태이다.

기술적으로 심장의 내부구조를 완벽히 재현하기 어렵고 혈액응고 등과 같은 부작용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공심장에 대한 연구는 완전대체품이 아닌 심장보조장치(ventricle assist device)의 개념으로 연구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심장보조장치의 역할은 이식할 심장이 마련될 때까지 생명을 유지해주는 역할이 가장 크지만 일부환자들에게서는 손상된 심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를 얻을수도 있다.”

●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이공계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효용성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무산된 서울의대 학사 입학제

“의학전문대학원 문제는 아직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현시점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의과대 부학장으로 재직했었던 지난 92년 ‘서울의대 학사 입학제’라는 이름으로 예과 정원을 줄이고 의과 편입생을 늘리는 형태의 의학전문대학원과 유사한 제도를 추진했었던 경험을 말하고 싶다.

당시 이 제도의 도입취지는 보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 배출분야를 다양화함으로서 임상의사로의 편중도를 낮추고 기초의학, 정책 등과 같은 다소 소외된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화교육부(現교육부)의 반대로 결국 도입이 무산됐지만 당초의 목적과 달리 의대 편입을 원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개업의를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한바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이후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당시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기초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크다.”

● 김기환 교수 프로필

학력: 1962~1966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 학사/1966~1968 서울대 대학원 생리학 석사/ 1968~1974 서울대 대학원 생리학 박사

경력: 1972~1976 서울대 의과대학 전임강사 / 1976~1978 서독 후라이부르그대학 생리학연구소 연구원 / 1976~1981 서울대 의과대학 조교수 / 1981~1986 서울대 의과대학 부교수 /1986~현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1992~1994 한국평활근연구회 간사(회장) / 1966~현재 대한생리학회 정회원 / 1990~현재 일본약리학회 정회원 / 1993~현재 대한약리학회 정회원 / 1994~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 1997~1999 서울대 심장연구소 소장 / 1997~1999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 2000~현재 한국평활근학회 회장 / 2002~2006 FAOPS 이사회 부회장 / 2002~2006 제6회 FAOPS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 2005~2007 국제 소화관운동학회 운영위원장

● 교수님께서는 올해 정년퇴임을 앞두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40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시며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연구비 배분과 리더의 역량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 국내외 생리학계에서 얻은 적지 않은 명성과 의학계 전반에서 중추적으로 활동중인 많은 제자들을 배출해낸 것이 최고의 보람이자 자부심이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세계소화관학회(ISNM)와 아시아태평양생리학학회(FAOPS)를 국내에 유치시킨 것을 들 수 있다. 특히 내년에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ISNM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유치에 성공했다.

반면 과학정책, 특히 연구비 배분과 관련한 정책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지 못했다는 부분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생명과학 등 여타학문의 경우 스타교수로 불리는 분명한 리더들이 있어 연구비 배분에 잇점을 누릴 수 있지만 기초의학에는 현재 이러한 역할을 해주는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후학들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좋은 의미의 로비’를 해줄 수 있는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은 바램이다.”

● 미래에 의대진학을 꿈꾸고 있는 예비 의학도와 기초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학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주지하다시피 기초의학이 없는 임상의학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범국가적으로 큰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생명공학과 관련해서도 기초의학은 생명공학의 연구결과물들이 실제 임상의학에 접목되기까지 두 학문의 중간다리로서 결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전은 인생의 절대적 가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의대졸업생 중 기초의학 전공자가 2~3%에 불과하고 몇몇 대학의 경우에는 단 1명의 기초의학 전공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을 만큼 기초의학에 대한 의학도들의 관심은 극히 미약한 상황이다.

이같은 기피현상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사회전반의 가치기준이 경제적 능력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재리(財利)에 일찍 눈을 뜬 젊은이들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의대진학을 꿈꾸고 있는 학생이라면 애초부터 개업의사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의학을 공부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기초의학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확대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겠지만 금전이 인생에 있어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며 후학양성이나 학문탐구를 통해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음을 인식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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