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관련 지난 2004년 전세계 기상학자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할만한 특허가 국내에서 출원됐다.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태풍을 약화 또는 소멸시키는 방법’이라는 명칭의 특허가 바로 그것이다.
출원인 허모씨는 출원서에서 ‘태풍의 눈’을 없애면 태풍이 소멸한다고 주장했다.
설명이 부족하여 사실여부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는 덥고 습한 태풍의 눈에 찬기운을 넣어 온도를 낮춰주면 외부의 바람과 밀도가 동일해져 태풍의 눈이 사라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진실인지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더라도 태풍의 눈에 찬기운을 공급하기 위해 출원인이 밝힌 방법은 어린아이도 실소(失笑)를 터뜨릴 만큼 황당하다.
산소발생기를 장착한 초대형 유조선이 태풍의 눈 속으로 직접 들어가 차가운 압축산소를 분사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현존하는 어떠한 선박이 직경 200~1500㎞에 달하는 거대한 태풍을 정면으로 뚫고 태풍의 눈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태풍의 소멸여부를 떠나 선박이 태풍의 눈에 무사히 도착하기만 해도 해외토픽에 나올 만한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아마도 출원인은 현재의 조선 기술력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먹는 속옷
식욕은 성욕, 배설욕과 함께 인간의 3대 욕구이다. 그래서인지 식용 꽃, 식용 곤충 등 먹을거리의 경계는 날이갈수록 끝없이 넓어지고 있다.
이와관련 지난 2003년 특허청에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를 다시한번 생각케 하는 새로운 먹을거리 아이템이 특허출원됐다. 특허의 명칭은 ‘먹는 속옷’.
몸에 바르는 초콜릿, 먹는 립스틱이 연인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에야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신성해야할 으뜸가리개까지 먹어치울 생각을 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새삼 경외감이 든다.
물론 출원인도 배설기관을 감싸고 있는 속옷의 특성상 속옷 전체를 먹을 수는 없으므로 속옷의 외면에 초콜릿, 과즙, 시럽 등과 같은 식용재료를 붙이는 것으로 먹는 속옷을 만들었다.
그는 먹는 속옷이 식용재료의 모양과 색깔, 향기에 따라 독특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속옷의 패션기능을 강화하고 연인들 사이에 사랑하는 감정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속옷은 식재료가 붙어있어 출고시 유통기한을 표시해야하고 식품이 녹거나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냉장보관해야 하는 큰 불편함이 있다. 더욱이 먹는 속옷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세탁을 할 수 없고 청결도 유지해야하므로 부득이 특별한 날(?), 특별한 행사(?) 직전에 입는 1회용 속옷으로 사용해야 한다.
결국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이 아이디어는 특허등록 거절 판정을 받았다.
물에 뜨는 수영복
지난해 8월 ‘물에 뜨는 수영복’이 실용신안 등록됐다. 필자처럼 수영을 하지 못해 튜브나 안전조끼 없이는 절대 물 속에 들어가지 않는 소심맨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희소식이다.
문제는 이 제품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생겨서 주변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견뎌낼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수영복은 발끝에서 목까지 일체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외견상 잠수복에 가깝다. 단지 고무가 아닌 발포성 수지로 수영복을 만들어서 자체적인 부력에 의해 쉽게 물에서 뜰 수 있도록 고안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특히 무릎부터 발바닥까지의 모습은 한층 가관이다. 캉캉춤 댄서들의 옷에서나 볼 수 있는 레이스 장식 같은 장치가 달려있는 것이다. 출원인이 부력날개라고 칭하는 이 장치는 물속에서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통해 부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릎에 달린 물갈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모습이야 어찌됐든 출원인의 설명대로라면 이 수영복을 입으면 깊은 물속에서도 누구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수영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드래곤볼 만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의 전투복에 더 가깝다.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 엽기부문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면 구입을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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