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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짜리 붉은빛, 호프 다이아몬드

재미있는 과학상식

신부들이 결혼 예물로 가장 받고 싶어하는 보석은 아마도 다이아몬드일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정팔면체 형태로 배열돼 만들어지는데, 경도가 10으로 모든 광물 가운데 가장 높다.

다이아몬드는 가격 또한 비싸다. 비운의 역사로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는 2,000억 원이나 된다. 45.52캐럿 (9.1g)의 무게에 가로 2.56cm, 세로 2.58cm, 높이 1.2cm인 이 다이아몬드는 청색의 블루 다이아몬드로 소장자였던 헨리 필립 호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호프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1600년대 중반 인도에서 채굴됐는데, 당시에는 112캐럿이었다. 이를 프랑스 국왕인 루이 14세가 67 캐럿으로 조각해 소유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기에 사라졌다가 지금의 45.52캐럿으로 발견돼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영구 보관돼 있다.

사실 호프 다이아몬드처럼 비운의 역사를 가진 보석도 드물 것이다. 이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모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루이 14세는 단 한번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두로 사망했고, 이것을 이어받은 루이 16세는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1792년에는 왕실에서 이 다이아몬드를 강탈당했다가 어느 날 런던 거리에 조금 작아진 크기로 나타났다. 그것을 1830년 영국의 은행가인 헨리 필립 호프가 구입했다.

하지만 그는 몇 년 뒤 파산하면서 가족이 모두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 이처럼 불행이 이어지자 1958년 세계적인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구입, 스미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운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호프 다이아몬드 자체는 신비로움을 지닌 보석이다. 이 다이아몬드는 어떤 보석도 가지지 못한 독특한 색깔의 빛을 낸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는 99.95%의 탄소와 0.05%의 불순물로 이루어져 있다. 100% 탄소로만 이루어진 다이아몬드라면 들어온 빛이 모두 반사돼 무색투명하다. 하지만 미량의 불순물이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해 색깔이 있는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



사실 광산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옅은 노란색이나 갈색을 띤다. 다이아몬드가 옅은 노란색이나 갈색을 띠는 이유는 질소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 땅 속에 풍부한 질소가 탄소와 자리바꿈을 하면서 결정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반면 블루 다이아몬드에는 질소가 아닌 붕소가 함유돼 있다. 붕소는 땅 속에 적게 분포해 다이아몬드의 결정 구조에 드물게 포 함된다. 그 만큼 희귀하다는 얘기다.

스미소니언박물관의 연구팀과 해군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5.52캐럿의 호프 다이아몬드에 백색광을 쪼이면 푸른빛을 내고 자외선을 쪼이면 붉은빛의 인광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66개의 다른 블루 다이아몬드에 자외선을 쬐어 보았더니 핑크색 등 저마다 다른 색깔의 빛을 냈다고 한다.

연구팀은 블루 다이아몬드가 내는 독특한 색깔의 빛은 각개를 구별할 수 있는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인공적으로 만든 가짜 다이아몬드를 찾는데도 한몫한다.

일반적으로 컬러 다이아몬드는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색깔을 넣는 경우가 있다. 즉 천연 다이아몬드에 방사선을 쏘여 결정 구조를 뒤틀리게 하면 색깔을 띠게 되는 것.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블루 다이아몬드는 인광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와 숯은 원소가 같다. 그럼에도 하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고 다른 하나는 보잘 것 없는 검은 덩어리에 머물고 만다. 이는 탄소 원자의 완전히 다른 배열과 결합 때문이다. 같은 원소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학의 원리가 신기하기만 하다.

글_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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